주간 정덕현

설 특집, 과연 얼마나 스페셜했나 본문

옛글들/네모난 세상

설 특집, 과연 얼마나 스페셜했나

D.H.Jung 2011. 2. 6. 08:50
728x90

아이돌에 편중된 특집, 스페셜 남발은 문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놀러와'(사진출처:MBC)

명절 때만 되면 이른바 '특집'이니 '스페셜'이란 이름으로 프로그램들이 방영된다. 이번 설 명절은 연휴 기간이 특히 길어서 그만큼 설 특집 프로그램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매해 명절 때만 되면 반복되는 일이지만, 특집 방송들이 너무나 천편일률적이고, 참신한 기획은 없고 재방송만 반복한다는 비판이 나오곤 한다. 올 설 특집은 과연 얼마나 스페셜했을까.

먼저 올해 설 특집에서 특집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꽤 괜찮은 편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나 '트랜스포머', '전우치' 같은 상업적인 영화에서부터 '하모니'나 '마더', '시', '울지마 톤즈' 같은 감동적이고 작품성 있는 영화까지 잘 포진되었다. 또 다큐멘터리는 댐건설로 수몰지구가 된 낙동강 상류 분천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분천마을에 겨울이 오면'이나 MBC 스페셜에서 방영된 '노인들만 사는 마을 8년의 기록' 같은 좋은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몇몇 특집들을 빼놓고는 비슷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설을 맞아 '놀러와'에서 특집으로 마련된 '세시봉'은 과거를 향수하게 하면서도 신구 세대를 공감하게 하는 감동까지 선사한 예능이었고, '심형래쇼' 역시 오랜만에 보는 슬랩스틱으로 시청자들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아이돌 특집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돌 건강 미녀 대회', '아이돌 스타 7080 가수왕', '스타커플 최강전', 스타맞선', '아이돌의 제왕',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대회', '아이돌 육상, 수영 선수권 대회' 등등 방송 3사가 거의 아이돌들을 전면에 내세워 설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대회'나 '아이돌 육상 수영 선수권 대회'는 눈길을 끈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추석 때 방영되어 히트를 친 '아이돌 육상선수권대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 육상 수영 선수권 대회'는 실제 스포츠 경기를 방불케 하는 대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로써 올 명절 예능 중 유일하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아이돌들이 설 특집 프로그램의 전면에 서 있는 건 아무래도 지금 대중문화의 중심에 아이돌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요즘은 TV 어디를 틀어도 아이돌들이 눈에 띈다. 드라마도 그렇고 예능은 더더욱 그렇고. 게다가 아이돌을 바라보는 이른바 어른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삼촌팬이니 이모팬들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그래서 이들 설 특집들에는 이 아이돌들과 나이든 세대들을 연결시키는 어떤 고리 같은 걸 만들려고 노력한다. 대표적인 게 '아이돌 스타 7080 가수왕'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설 특집이 아이돌들을 너무 혹사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어떤 그룹은 무려 6,7개 프로그램에 중복출연하면서 체력의 한계를 토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아이돌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명절은 방송사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프로그램들을 편성해서 제작해야 하는데, 비용적인 면도 그렇고 시간적인 면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쉬운 게 이렇게 스타들을 모아놓고 뚝딱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스포츠라든가, 장기자랑, 노래자랑 같은 건 특별한 포맷 없이 충분히 출연자들만의 힘으로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송사의 입장을 아이돌들이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아이돌들 입장에서도 명절은 거꾸로 자신들을 좀 더 폭넓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요즘처럼 팬층이 세대적으로 두터워지는 상황에서는 아이돌도 이런 부분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다보니 설 특집이 너무 대동소이하고 식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프로그램의 변별력이 없을 정도로 비슷비슷한 게 현실이다. 과거에 나왔던 명절 프로그램들의 반복이거나, 심지어 방송사가 달라도 비슷한 형식들이 겹치기도 한다. 또 겹치기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반복해서 봐야 하는 것도 시청자들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관계자들은 '기획력 부재'를 꼬집는다.

또 명절 특집으로 늘 지적되는 것이 재방송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스페셜이라고 붙여 놓았지만 사실은 '재방송'인 프로그램들은 흔히 잘 나가는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절에 이른바 스페셜 방송이라는 제목으로 재방송되는 게 비일비재하다. 어떻게 보면 시간 때우기라고도 볼 수 있고,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면 자사 프로그램 홍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너무 스페셜 방송을 남발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된다.

특히 과거보다 명절 특집극 같은 게 많이 줄어든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나마 올해는 KBS에서 방영된 '영도다리를 건너다'가 명절 특집극으로서 주목을 받았지만 전체적으로 특집극은 편성조차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단막극 시장 자체가 전체적으로 힘이 빠진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래서 과거 명절에는 정규 드라마 방송 시간에 특집극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냥 정규 드라마 방송을 하고 있다. 그게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명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특집극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유난히 길었던 설 연휴. 물론 좋은 프로그램들도 많았지만, 설 특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손쉬운 방법으로 늘 봐오던 형식의 프로그램들도 많았다. 또 여전히 남발된 '스페셜'이나 과거보다 확연히 줄어든 명절 특집극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아이돌에 편중된 예능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도, 좀 더 새로운 형식 고민을 해야할 필요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