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된 '몽땅 내 사랑', 그 한계와 가능성
'몽땅 내 사랑'(사진출처:MBC)
'몽땅 내 사랑'이 가진 가장 큰 한계는 좀 더 과감한 캐릭터쇼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트콤이 드라마와 다른 점은 캐릭터에 대한 과장의 차이일 것이다. 드라마에서 과장된 캐릭터는 개연성을 떨어뜨려 몰입을 방해하지만, 시트콤은 정반대다. 한 캐릭터를 과감하게 과장시키면 그 자체로 큰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백 회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도 높일 수 있다. 또 캐릭터에 집중하지 못하고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에 끌려가다 보면 시트콤이 일일드라마처럼 밋밋해지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몽땅 내 사랑'은 애초에 콘셉트로 '막장 시트콤'을 가져왔다. 그 기대감은 컸다. 왜냐하면 이 막장 설정의 시트콤은 패러디 형식으로 비틀어주기만 하면 그 자체로 큰 웃음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예를 들어 '출생의 비밀' 같은 막장드라마의 전형적인 코드들을 가져와 그 비현실성을 오히려 드러낸다면 그것은 웃음을 넘어 어떤 카타르시스까지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몽땅 내 사랑'은 '출생의 비밀'을 거의 막장 드라마들이 사용하는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김원장(김갑수)이 애타게 찾는 잃어버린 딸이 윤승아라는 걸 알게 된 박미선과 황금지(가인)가 이를 숨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들이 그렇다. 물론 그 자체 구성은 과장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좀 상황 설정에 있어서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즉 '지붕 뚫고 하이킥'은 어떤 상황을 그릴 때, 거의 끝까지 밀어붙이는 면모를 보인다. 학교에서 몰래 데이트를 하는 이순재가 학생들의 눈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에서 2층 창문을 뛰어내리고 담벼락을 넘는 장면은 그 과장 때문에 웃음과 함께 캐릭터가 살아난다.
다행스러운 것은 '몽땅 내 사랑'에도 가능성 있는 캐릭터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윤승아의 할머니 김영옥과 김원장의 비서인 김집사(정호빈)다. 김영옥이 윤두준의 발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마치 대장금처럼 각종 비전(?)을 펼치는 식으로 김영옥을 달인으로 표현하는 에피소드들은 오랜만에 '몽땅 내 사랑'을 시트콤답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김집사는 '욕망의 불똥'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캐릭터화 되어 있는 인물이다. 윤두준도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다. 금지와 헤어지고 아무렇지도 않다며 끊임없는 먹는 장면은 우스우면서도 찡한 구석이 있다.
'몽땅 내 사랑'의 스토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화이트 데이에 옥엽(조권)이 좋아하는 승아와 함께 사탕배달을 하면서 은근슬쩍 자기 마음을 고백하는 스토리는 꽤 괜찮다. 하지만 '몽땅 내 사랑'은 시트콤이다. 먼저 웃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충분히 캐릭터를 통해 웃음을 준 이후에는 사실 멜로를 하든 심지어 비극을 그려도 상관없지만 그 본연의 웃음을 먼저 주지 못한다면 자칫 어설픈 드라마로 보일 위험성이 있다. 스토리를 끝까지 밀어 붙이고, 그 속에서 캐릭터를 세운다면 '몽땅 내 사랑'도 시트콤으로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어차피 200회 연장을 하게 되었다면 그만한 합당한 근거를 '몽땅 내 사랑'이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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