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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세 논란, 무엇이 '위탄'을 공감 못하게 하나

D.H.Jung 2011. 3. 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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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심사의 개연성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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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이은미의 멘토스쿨에서 권리세와 김혜리가 합격한 건 예정됐던 일일까. 이진선과 박원미가 탈락한 것을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반면 상대적으로 가창력은 물론이고 발음 문제까지 고스란히 갖고 있는 권리세가 합격하고, 연습에 있어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던 마산 일급수 김혜리가 합격한 것에 과연 대중들은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물론 김혜리는 후반부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리세의 합격은 이미 거센 논란에 직면할 정도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가창력에 있어서 경쟁자인 이진선과 박원미가 월등히 뛰어났지만 그녀들이 탈락한 것은 결국 외모가 평가 기준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함께 심사를 한 윤일상은 '스타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서 '스타성'이란 기준은 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도대체 왜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은미는 김혜리와 권리세를 뽑았던 것일까.

아무리 전문가들이 하는 심사라고 해도 노래에 대한 판단은 자의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누가 봐도 출중한 가창력과 스타성을 가진 후보라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겠지만 '위대한 탄생'의 경쟁자들은 색깔이 조금씩 다를 뿐 실력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멘토제를 갖고 있는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들이 저마다 갖는 음악에 대한 생각과 거기에 맞는 자기만의 심사기준에 대한 일관성은 중요하다. 이것이 흔들리게 되면 대중들은 공감하기 어렵게 된다.

멘토의 심사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요해지는 건 그 개연성이라는 얘기다. 김태원의 심사기준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에 맞춰졌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내는 멘티들과의 이야기는 심지어 감동을 주었다. 방시혁의 심사기준은 현 기획사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투입되었고 심사도 기성 음악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다. 그 이야기는 가수가 된다는 게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공감을 일으켰다.

이은미의 산사 음악회 콘셉트가 덧붙여진 멘토스쿨 역시 1백 명의 스님들 앞에서 벌어진 중간평가까지는 나름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자신의 소리를 찾는다'는 콘셉트와 숨김없이 솔직하게 평을 내놓는 스님의 말씀은 이색적이면서도 신선했다. 하지만 그런 노래에 중심이 맞춰진 과정을 거친 후, 결국 스타성에 맞춰 최종 후보를 뽑는 모습은 일관성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은미는 지금껏 그 누구보다 가창력을 최고의 심사기준으로 제시하며 심지어 독설에 가까운 심사평을 내놨던 멘토가 아닌가.

이은미의 멘토스쿨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일관성을 결여했고, 그로 인해 공감을 잃었다.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스토리가 갖는 공감이다. 후보자들이 경쟁과정과 선발과정에서 보여주는 공감 가는 스토리가 그들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2'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스토리가 일관됐기 때문이다. 가창력을 중심으로 공정하게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프로그램의 이미지는 그래서 '슈퍼스타K'의 정체성이 되었다. 과연 이은미 멘토스쿨은 '위대한 탄생'만의 일관되고 개연성 있는 심사과정을 그려냈을까. 왜 우리는 그 결과를 공감하지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