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은 귀가 없고 '승승장구'는 입이 없다
'강심장'(사진출처:SBS)
반면 '승승장구'는 '강심장'과 비교하면 밋밋하다. 최근 제목에서 김승우라는 이름을 떼고 형식에도 변화를 주었지만 이 변화된 형식은 과거의 것들, 예를 들면 '우리 빨리 물어'나 '우리 지금 만나'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밋밋한 것들이다. 스타의 특별한 인생을 담은 단어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당신의 사전'이나 궁금증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을 읽는 '당신은 왜' 같은 코너는 굳이 형식이라고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미미한 것들이다.
사실 겉으로만 보면 단연 화려한 '강심장'이 주목된다. 실제로 시청률에 있어서도 '강심장'이 늘 '승승장구'를 앞서있다. 물론 최근 들어 그 격차는 많이 줄었다. 2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던 '강심장'이 10%대 초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승승장구'는 게스트에 따라 진폭은 있지만 거의 10% 시청률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률은 '강심장'이 앞서 있지만 호감도 측면에서 보면 '승승장구'의 선전이 눈에 띈다. '강심장'이 정체된 느낌을 주는 반면, '승승장구'는 조용하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왜 시청률과 호감도가 비례하지 않고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강심장'의 매력은 그 '말하는 입'에 있다. 그것은 바로 방송 후 쏟아지는 기사들 같은 화제성으로 가늠할 수 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다더라'는 기사들은 실제로도 꽤 희소성 있는 토크들인 경우가 많다. 토크 경쟁이 과열되는 경우도 있지만, 바로 이런 장치 덕분에 평상시에는 듣기 힘들었던 연예인들의 뒷얘기가 술술 풀어져 나오게 되는 건 '강심장'의 강점이다. 여기에 강호동은 특유의 순발력으로 토크 밀당을 하며 게스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말 그대로 쏙쏙 뽑아 먹는다.
하지만 바로 이런 출연진들의 입담이 마치 경연장처럼 펼쳐지는 형식은 프로그램을 피로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저마다 무기가 될 수 있는 강한 이야기 하나쯤은 속에 품고 있기 마련인 그들은 뭔가 주목받기 위해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사생활까지 드러낼 수 있는 쇼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있다. 대개의 집단 토크쇼들이 그러하듯이 여러 명이 앉아있어 마치 진열대 위의 상품처럼 보여지는 게스트들의 모습은 토크쇼가 이른바 '대화'의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볼 때, 어딘지 부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승승장구'(사진출처:KBS)
'강심장'이 입이라면, '승승장구'는 귀다. '승승장구'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는 거기 앉아 있는 MC들의 경청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경규가 출연해 MC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각자의 단점들을 지적했던 것처럼, 이들은 뭔가 특별한 끼나 순발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승승장구'의 MC들은 이경규의 지적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정도로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안다. 무언가 제동을 걸지 않고 마음껏 얘기하게 만드는 그 분위기만큼은 '강심장'에 없는 '승승장구'만의 미덕인 셈이다. 심지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는 듯한 MC들은 그러나 그 충실히 귀가 되는 자세를 통해 게스트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이것은 사실 토크쇼의 본질에 가까운 모습이다.
'승승장구'의 형식이 밋밋하고 시청률도 떨어지지만 호감을 갖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이 '들어주는 귀'에 있다. 한편 '강심장'이 어딘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자꾸 보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그 '말하는 입'에 있다. 이것을 거꾸로 말하면 '승승장구'는 입이 없고(?), '강심장'은 귀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시간대의 토크쇼지만 너무나 다른 성향을 보이는 '강심장'과 '승승장구'. 그것이 그 프로그램만의 특성이 되겠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상대방의 장점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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