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나, '나가수' 출신 가수야 본문

옛글들/명랑TV

나, '나가수' 출신 가수야

D.H.Jung 2011. 4. 19. 11:30
728x90


'나가수'의 탈락자도 '나가수' 출신 가수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한 달 간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있는 '나는 가수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자진 하차를 결정한 김건모와 백지영 그리고 탈락자인 정엽이 빠져나가고, 남은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이소라는 계속 출연하기로 결정했고, 새로운 멤버로 김연우와 임재범 그리고 또 한 명의 가수(아직은 베일에 싸인)가 결정되었다. 흥미로운 건, 새로운 멤버들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수들의 이름이 물망에 올랐다는 점이다.

양파는 기회가 오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인순이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아이유는 주변에서 자꾸만 '나는 가수다'와 연결시키는 바람에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하지만 실제로 출연을 하지 않더라도 가수들 입장에서는 '나는 가수다'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쟁쟁한 가창력의 가수들 사이에 선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MBC 예능국 관계자에 의하면, 애초에 많은 가수들이 '나는 가수다'가 가수에게 순위를 매겨 서열화한다는 우려를 표명했던 것과는 상반되게 지금은 꽤 많은 가수들이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여기 출연한 가수들은 거의 모두가 확실한 이득을 거둬가고 있다. 이소라는 9년 만에 부활된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케이블채널 KBS JOY)'를 진행하게 되었다. 뛰어난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1위를 해본 적이 없는 김범수는 '나는 가수다'에서 1위를 한 후, 팬들의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고 한다. 막상 탈락한 정엽은 심지어 가장 많은 걸 얻은 가수가 되었다. 정엽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완전한 호감을 심어주었다.

아직까지 정산이 되지 않아(3개월마다 정산한다고 한다) 그 수익이 얼마일지는 알 수 없으나 여기서 부른 노래들의 음원 수익 역시 쏠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음원 차트 상위권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세션에서부터 심지어 리메이크할 때 들어가는 편곡료까지 모두 방송사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가수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이 없는 셈이다. 그러니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려는 가수들이 줄을 설 수밖에.

문제는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거나 출연할 가능성이 있는 가수들과 그렇지 못한 가수들 사이에 느껴질 괴리감이다. 5월에 재개되어 차츰 프로그램이 정착을 해가게 된다면 이른바 '나가수 출신 가수'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란 법이 없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김혜수가 '타짜'에서 했던 대사를 살짝 패러디해 말하면 "나 나가수 출신 가수야"라는 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이미 '나는 가수다'의 출연 제의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된 작금의 상황을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제작진들이 갖고 있는 다양성에 대한 마인드는 오히려 이런 우려를 가능성으로 보게 만든다. 제작진들은 애초에 밝힌 대로 트로트 가수에서부터 아이돌 가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좀 더 다양한 무대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즉 어느 누구에게나 무대가 열려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가수들이 '나는 가수다'의 무대에 오르고 각자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진심이라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오디션 형식을 갖고 있지만 일반인 오디션과는 정반대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 즉 일반인 오디션은 다수의 지원자들이 경쟁을 통해 소수의 삼각형으로 줄어들고 거기서 결국 최후의 1인을 뽑는 과정을 보이지만, '나는 가수다'는 일단 7명의 소수의 삼각형으로 시작해 차츰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들의 풀을 넓혀가면서 점점 커지는 삼각형 구조로 간다는 얘기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무대 위에 오르는 가수에만 집중하지 않고 거기서 노래를 불렀던 가수들(탈락했을 지라도 정엽 같은)까지 함께 끌고 가는 이른바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 개념으로 끌어안는다면 이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진심으로 노래하는 이 땅의 모든 가수들이 '나가수'의 무대에 오르고 또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나 '나가수' 출신 가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