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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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이 리액션을 잡아내는 방식

D.H.Jung 2011. 4. 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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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의 리액션, 그 분산과 집중

'강심장'(사진출처: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리액션은 중요하다. MC나 게스트가 뭔가 말했을 때, 그걸 듣는 입장에서 아무런 리액션이 없다면 얼마나 밋밋해질까.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은 방청객을 초대해 그 즉각적인 반응을 포착하기도 하고, 때로는 웃음소리를 인위적으로 집어넣기도 한다. 물론 요즘은 이런 식의 인위적인 리액션은 잘 쓰지 않는다. 그만큼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뭔가 억지로 만들어진 느낌이 들면 그 리액션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강심장'처럼 게스트가 많은 집단 토크쇼의 경우에,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잡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토크란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것인데, 한쪽에서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것을 듣는 청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잡아내는 데 있어서 이 집단 게스트는 여러모로 장애가 된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 바로 옆자리의 리액션을 투샷으로 잡아넣는 것이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도 많다.

스무 명 정도의 게스트가 앉아 있기 때문에 옆자리에 있는 이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진짜 얘기를 듣는 사람을 함께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화자와 청자 사이에 거리가 있는 경우라면 거의 전체를 잡아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집중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실제 녹화 때는 변수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박상혁 PD에 의하면 "심지어 자는 분도 있고 화장실 가는 분도 있고 또 중간에 녹화가 있으면 녹화하고 돌아오는 분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실제 녹화에서는 빈 자리가 있어도 녹화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전체를 보여주거나 투샷으로 리액션을 보여주기가 어렵게 된다.

'강심장'이 리액션을 잡아내는 방식은 그래서 병렬적인 편집일 때가 많다. 즉 화자를 잡다가 잠깐씩 청자의 반응을 인서트로 넣는 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부자연스럽게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화면을 분할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같은 화면에서 화자와 청자가 즉각적으로 보이는 반응들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방식이 훨씬 자연스러운 편이다.

여러모로 집단 게스트를 초대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지만 '강심장'만의 장점 또한 적지 않다. 정통적인 토크쇼의 리액션은 마치 탁구 게임 하듯 치고받는 단조로움이 있는 반면, '강심장'의 리액션은 훨씬 많은 게스트들로 인해 종잡을 수 없는 다이내믹함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화자의 이야기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거기에 다른 사람이 참견하는 식으로 발전하면서 '강심장'의 이야기는 다채로워진다.

'강심장'은 분명 투샷이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것은 거꾸로 보면 '강심장'이 게스트와 호스트가 대면하며 얘기를 나누는 정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훨씬 새로운 방식의 소통체계를 실험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강심장'의 조금은 정신없어 보이는 이야기의 폭풍을 경험하다 보면 이것이 다매체 시대에 다양한 매체로 접속되어 있는 우리네 소통체계의 일면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한 게스트가 얘기할 때만큼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강심장'은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소통체계로 자리한 이 분산과 집중을 토크쇼화한 프로그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