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훈과 김혜리는 왜 탈락했을까

노지훈, 김혜리 탈락이 말해주는 멘토제의 장단점

'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 아이돌 노래 부르기 미션에서 노지훈과 김혜리가 탈락했다. 평소 실력으로 보자면 의외의 결과다. 노지훈은 매 미션마다 빼어난 가창력과 춤 실력으로 거의 기성가수에 가까운 무대를 선보였고, 마산 일급수 김혜리는 타고난 가창력의 소유자로 예선 첫무대부터 주목받아온 후보자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 두 후보를 탈락하게 만들었을까.

'멘토제'를 운용하고 있는데다가, 궁극적인 선택은 대국민투표에 달려있는 '위대한 탄생'은 너무나 많은 변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한 가지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먼저 지목될 것은 이 날 두 사람이 보인 노래와 퍼포먼스다. 김혜리는 원더걸스의 '2 Different Tears'를 락 버전으로 바꾸어 불렀는데, '박자감이 부족'했고 '더 깊이 있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혹평을 들었다.

실제로 김혜리는 박자감이나 댄스가 필요한 곡에서 늘 취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무대 퍼포먼스는 그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따라서 '아이돌 미션' 자체가 김혜리에게는 도전으로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또한 무대를 즐기지 못하고 경직된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는데 있어서 어색했다는 얘기다.

한편 노지훈은 노래와 퍼포먼스를 지금껏 가장 완벽하게 해왔던 후보다. 심지어 '음악중심'을 보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독이 되었다. 노지훈은 세븐의 '와줘'를 불렀는데 지나치게 과도한 퍼포먼스에 집착하다 보니 막상 노래는 잘 들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고음부에서는 음 이탈까지 하는 실수를 하게 되었다. 과도한 욕심이 부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탈락이 전적으로 두 사람만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바로 멘토제의 특징이다. 멘토제는 멘티들을 프로듀싱한다는 점에서 멘티의 실패는 어찌 보면 멘토링의 실패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멘토가 심사위원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실시간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에 보여지는 멘토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멘티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멘토의 호감은 멘티의 호감으로 이어지고 또 반대로 멘토의 비호감이 멘티의 비호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혜리와 노지훈의 멘토인 이은미와 방시혁은 모두 '위대한 탄생'의 독설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거침없는 직언으로 후보자들을 긴장하게 하고 떨어뜨리는 그 모습은 때론 시원하게 여겨지지만 어떨 때는 과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날 두 사람의 평가는 자주 김태원과 김윤아의 평가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들의 평가 스타일도 상반되었다. 김태원과 김윤아가 보다 감성적이고 후보자를 배려하는 멘트를 해주었던 반면, 이은미와 방시혁은 직설적인 지적이 더 많았다. 이런 모습의 차이는 분명 멘티들의 당락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반증해주는 것이 이른바 '김태원의 기적'이다. 그의 멘티들 세 명은 이번에도 모두 미션을 통과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또한 이은미와 방시혁은 멘토링 스타일 자체도 대중들에게 그다지 어필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은미는 계속해서 가창력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방시혁은 대중적인 스타일에 집착하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김혜리는 너무 변화 없는 모습이었고, 노지훈은 과도하게 기성가수의 모습이었다. 이 지점에서는 대중들이 '위대한 탄생'에서 어떤 후보자들의 모습을 지지하는가가 역력히 드러난다.

즉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대중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성장해가는 후보를 지지한다는 점이다. 김혜리처럼 노래실력은 확실했지만 정체되지 않고, 또 노지훈처럼 이미 기성가수 같은 느낌은 아닌 후보들. 이 지점에 정확히 서 있는 후보들이 바로 김태원의 멘티들이다. 지난 주 이태권은 의외의 귀여운 모습을 연출했고, 이번 주 백청강은 놀라운 춤과 끼를 선보였다. 손진영은 심사위원들에게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미라클맨'이라는 별명처럼 그럴수록 대중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확실히 성장해가고 있고 다음 성장이 기대되는 후보들이다. 게다가 '외인구단'으로 불리는 이들에게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는 '헝그리 정신'이 돋보인다.

김혜리와 노지훈의 탈락은 이처럼 한두 가지로 명확히 얘기할 수 없는 '위대한 탄생'만의 독특한 역학관계가 얽혀있다. 그래서 그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것은 가수들만의 경연이 아니라 멘토들의 프로듀싱의 경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멘토 없이 후보자들의 실력만으로 경합을 벌였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란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 어찌 보면 원석은 좋지만 아직까지 프로듀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떨어진 후보들에게는 이 당락이 억울할 법도 하다. 하지만 어쩌랴. 바로 이것이 '위대한 탄생'만이 가진 멘토제의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