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기적의 오디션', 어떤 기적을 기대해도 될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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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오디션', 어떤 기적을 기대해도 될까

D.H.Jung 2011. 6. 2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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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오디션’, 단순히 연기자를 뽑는 오디션이 아니다

'기적의 오디션'(사진출처:SBS)

대중들에게 연기가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기자를 뽑는 오디션은 낯설 수도 있다. 이 점은 음악을 소재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연기를 소재로 하는 '기적의 오디션'이 가진 약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연기가 갖고 있는 일면만을 보는데서 오는 오해다. 연기라는 것이 그저 대사 외워서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경험 그 자체이고 그것이 그 사람의 몸과 마음에 담겨서 배역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연기가 가진 흥미로움이 음악보다 낮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적의 오디션’은 연기가 가진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씨의 꿈을 캐스팅하겠습니다.” ‘기적의 오디션’은 왜 당락에 있어서 ‘합격’, ‘탈락’이라는 용어 대신 ‘꿈’이란 좀 더 거창한(?) 단어를 쓰는 걸까. 어찌 보면 과장된 용어처럼 여겨지지만 이 말은 그러나 거기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멀쩡하게 괜찮은 직장을 다니는 허성태씨가 어쩌면 현실적으로 더 어려울 수 있는 연기에 도전하고, 불우한 삶을 살아온 어현영씨가 그 내면적인 고통을 연기로 뿜어내려는 절실한 이유가 바로 그 ‘꿈’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연기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기적’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은 ‘연기’가 가진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기적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연기라는 꿈을 갖게 되고 무대를 향해 한 발을 내딛는 그 순간에 일어난다. 그것은 자신의 삶의 결핍을 깨닫는 순간이고, 그것을 연기라는 어찌 보면 ‘자기 치유’의 과정일 수 있는 꿈을 통해 변화시키려는 도전인 셈이다. 즉 연기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과정을 통한 경험이거나, 혹은 경험하지 못했기에 억압되어 있던 갈증의 발산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이 변화하는 기적의 순간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두 번째 기적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 속에 쌓여진 어떤 것이 연기를 통해 드러나고, 그것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곽경택 감독이 어현영씨의 연기를 보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찡한 감정이 올라왔다”고 말하는 그 순간, 후보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터진다. 이 똑같은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공감의 순간은 그 자체로 기적이면서, 서로를 변화하게 하는 기적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어나는 기적은 이렇게 첫 발을 디딘 용감한 도전자들이 차츰 성장해 저마다의 결핍을 채우면서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늘 드라마와 영화 같은 영상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로 연기란 너무나 익숙해서 그 특별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 어떤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그 누군가가 진심에서 우러난 연기를 하고, 그걸 바라보는 누군가가 그 진심을 알아채고 공명하는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서 우리는 ‘기적’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연기라는 소재는 그래서 단순히 기술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공명할 수 있는 연기는 온전히 그 사람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니까. ‘기적의 오디션’은 바로 그 기적 같은 지점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