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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바비킴, 그 흥겨움은 어디서 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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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관의 미학, 바비킴의 '나가수' 적응기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바비킴은 읊조림의 가수다. 그런 그가 '폭발의 미학(?)'을 강조하는 '나는 가수다' 무대에 과연 어울릴 것인가 하는 점은 그의 출연 이전부터 세간의 관심이었다. 역시 쉽지 않았다. 선호도 조사라는 타이틀로 선 첫 무대에서 바비킴은 '사랑 그 놈'을 불러 5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 1차 경연에서 5위(태양을 피하는 방법), 2차 경연에서도 6위(너의 결혼식)를 기록했다. 사실 운이 좋았던 것이지 이런 순위는 그대로 탈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특유의 읊조림은 '너의 결혼식'의 중간 점검에서 그 매력을 보여주었지만, 그 느낌이 경연의 무대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바비킴의 읊조림이 가진 큰 매력은 가사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원곡에서 주로 멜로디의 아름다움에 가사가 묻혀버리던 노래조차 바비킴의 입으로 전해지면 그 가사가 새로워지는 건 그 때문이다. 낮고 조용하게 전달되는 그 가사는 바로 그 조용함 때문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또 한 마디 한 마디 그냥 내뱉는 것이 아니라 곰곰 씹어 대중들의 귀에 쏙쏙 넣어주는 듯한 그 발성은 그 어떤 노래도 바비킴이 부르면 그의 노래가 되는 이유가 되었다. 물론 순위는 낮았지만 '너의 결혼식'은 그 가능성을 재확인해주었다.

'골목길'에서부터 바비킴이 달라진 것은 가사 전달 뿐만 아니라 그의 또 다른 장기인 한국적인 흥을 노래에 부여했다는 점이다. '흥'이라는 표현이 어딘지 과도하게 여겨지지만 바비킴을 우리가 흔히 '김치 소울'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세련된 소울 속에 내재된 한국적인 정서를 우리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탈춤을 추듯 어깨춤을 추게 되는 그런 흥이다. 이 기묘한 그루브는 정확하게 청중들의 가슴에 와 닿았다. 1절에서 바비킴 특유의 낮으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가 깔리고 나면, 2절에서는 그 흥겨운 한 바탕의 어깨춤이 이어졌다. 청중들은 기꺼이 그의 흥에 1위라는 왕관을 수여했다.

'추억 속의 재회'는 바비킴이 이제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는 마치 양복을 차려입은 세련된 직장인이 술 한 잔 걸치고 부르는 듯한 무대를 연출해냈다. 때론 진지하고 때론 흥에 겨워 제 멋대로 춤을 추는 그 모습은 '김치 소울'이라는 지칭에 걸맞게 바비킴의 이중적인 면을 드러냈다. 그 하나는 더 이상 이보다 정겨울 수 없는 한국적인 흥겨움이고, 다른 하나는 그 흥을 마구 흩어놓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절제하고 구성해서 보여주는 세련됨이다.

듀엣 미션으로 부가킹즈와 함께 부른 '물레방아 인생'은 제 물 만난 바비킴의 면모를 과시했다. CCR의 'proud mary'를 번안해 조용남이 부른 '물레방아 인생' 역시 원곡의 세련됨을 마치 뽕짝이나 트로트 같은 한국적인 느낌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었는데, 바비킴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곡 선택을 한 셈이다. 바비킴은 시작부터 자신만의 읊조림과 흥을 노래에 부여했고 그러다 이어지는 부가킹즈의 랩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마치 '물레방아 인생'이 가진, 인생 그거 뭐 별거 있냐는 식의 노래 가사는 후렴구에 이르면 그러니 한 바탕 놀아보자고 권하는 듯 대중들을 열광시켰다.

바비킴이 주는 이 편안하면서도 흥겨운 무대의 진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것은 아마도 '달관'이나 '관조'가 아닐까. 세상살이를 다 알고 겪은 우리네 평범한 이들이 술 한 잔 걸치고 그 고단함을 어깨춤으로 털어내는 듯한 느낌. 한편으로는 가슴이 울컥한 아픔이 느껴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없이 흥에 겨운 그 느낌은 그저 가창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바비킴만의 음악세계를 잘 보여준다. 음악을 그 누가 '폭발'하는 가창력만으로 평가했던가. 바비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가수다'라는 소위 '폭발의 미학'을 보여주었던 무대에서 증명해냈다. 이로서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 역시 한층 다양성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