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 예능 정글을 바꿀까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김병만이 '달인' 폐지를 선언했다. '달인'은 김병만이라는 코미디언의 존재감을 세워준 코너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무려 4년 간이나 지속해오면서 소재고갈로 힘겨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어떤 면으로는 김병만의 다양한 가능성이 '달인'이라는 틀에 갇혀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족쇄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여러 모로 '달인' 폐지는 아쉽기는 하지만 시의적절한 선택임에 분명하다. 김병만은 이제 그의 캐릭터가 되어버린 '달인'이라는 무기를 들고 좀 더 넓은 예능의 정글로 나가고 있는 중이다.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가 그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었다면,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예능이라는 정글에 하나의 깃발을 꽂은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정글의 법칙'은 작금의 정체되어 있는 예능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먼저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그간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창하곤 했던 '야생'이나 '리얼리티'가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되리라는 점이다. 사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연예인들이 노숙을 하고, 끼니를 굶고, 아침에 퉁퉁 부은 민낯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야생'이라 불릴 만큼 충분히 신선했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을 보라. 김병만을 위시한 리키 김, 류담 그리고 광희가 처한 상황을 보면 리얼 버라이어티의 '야생'이니 '리얼리티'니 하는 얘기가 실로 우습게 여겨진다. 그들은 먹을 것도 주어지지 않고, 텐트도 하나 없이, 낯선 땅에서 생존해야 한다. 게다가 이 땅은 뱀과 악어와 벌레들이 득시글대는 곳이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그래서 그 자체로 기존 예능의 형식들을 압도해버리는 면모가 있다.
이것은 또한 어찌 보면 '연예인 리얼리티쇼'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리얼리티쇼'란 주로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말하지만,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연예인이 그 특수한 상황 속에 들어가 자신의 모든 것들을 드러낸다. 김병만은 '달인'이라는 캐릭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글 속에 들어가서도 그 캐릭터를 실제로 보여준다. '달인'의 정글 버전인 셈이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또 다른 연예인 리얼리티쇼의 탄생을 예고한다. 특정 캐릭터를 가진 연예인이 있다면 그가 가진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나 상황을 만들어 하나의 리얼리티쇼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바람에 실려'는 물론 짜여진 틀이 너무 촘촘해 보이는 것이 리얼리티쇼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지만, 그래도 임재범의 리얼리티쇼라고 볼 수 있는 구석이 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연예인 리얼리티쇼의 가능성은 무한해진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이 주로 형식을 만들고 그 속에 세울 인물을 찾았다면, 연예인 리얼리티쇼는 거꾸로 한 인물에 주목하고, 그에 맞춰진 쇼를 구성함으로써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리얼의 강도라는 측면에서, 또 연예인 리얼리티쇼의 기점이라는 측면에서 현 정체된 예능의 새 판을 짤 가능성이 다분하다. 만일 이 새 판이 시작된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유재석과 강호동이 그 투톱으로 섰듯이, 김병만과 같은 독특한 자기 개성을 가진 연예인들이 이 새 판의 중심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되면 예능의 축이 달라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예측은 김병만이라는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가능성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병만이 가진 성실성과 남다른 재능, 그리고 포부를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이 예측이 그저 허망한 바람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달인'의 폐지는 이제 좀 더 다양한 예능이라는 정글의 환경과 일상 속에서의 달인을 기대하게 만든다. 김병만은 그 첫 번째 발자국을 떼고 있는 중이고, 이것은 무수한 또 다른 달인을 꿈꾸는 이들이 지나다닐 새로운 길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달인 김병만은 그렇게 예능의 정글을 향해 자신만의 족적을 만들며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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