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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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TV'가 생긴다면...

D.H.Jung 2011. 11. 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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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TV전쟁', TV의 욕망을 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 TV전쟁 특집이 앞으로 다가올 종편시대의 시청률 경쟁이 가져올 풍경을 풍자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건, 이 코너가 하나의 생존게임의 형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유재석TV와 하하TV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누가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가 하는 그 경쟁은 그 자체로 시청률 경쟁이 가질 수 있는 폐해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을 애초부터 내포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무한도전'은 결말을 세워두고 방송을 찍은 적이 없다. 흐름에 의해 만들어진 풍경은 그래서 자연발생적인 것이다. 처음에는 '개국방송'을 위해 나름의 야심찬(?) 기획이 세워졌다. 하하TV는 초호화 게스트를 초대하는 쇼로 주목을 끌려 했고, 유재석TV는 '개국 축하쇼', '무한뉴스', '고통의 달인', '현장급습', '리얼 코미디 프로그램 짝', '일기 예보', '자쇼' 등 다양한 기획 아이템을 준비했다. 하지만 결국 본격적인 시청률 경쟁에 들어가자 애초 기획은 아랑곳없이 당장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방송이 이어졌다.

이것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 그런 시청률 경쟁 구도 속에 들어가면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결과라는 점에서, 또 그걸 실험적으로 보여줬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종편시대, 여러 방송사가 치열하게 시청률을 잣대로 경쟁을 시작하면 그 진흙탕 싸움은 자칫 자극적인 방송 경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걸 에둘러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이 TV전쟁이라는 코너 속에는 또 다른 욕망이 엿보인다. 그것은 과거 '무한도전TV' 특집에서도 보여졌던 '무한도전'의 욕망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한도전'이 하루 종일 편성된다면? 이런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 특집에서는 '무한도전'이 만든 뉴스와 예능과 드라마가 실험되어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TV전쟁'에서 최후의 생존TV로 남은 유재석TV는 단 몇 시간의 준비로 즉흥적인 방송을 만들어냈다. 물론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선정적인 방송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방송치고는 꽤 짜임새 있는 기획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간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 덕분이다. '무한도전'은 한 가지 아이템을 반복하기보다는 끝없는 형식 실험을 해왔던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자신들이 해왔던 형식들에서 아이템들을 끌어와 편성에 활용하기만 해도 엄청난 양의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알다시피 '무한도전'이 실험한 각각의 아이템 하나하나는 한 개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방영되어도 무방할 것들이 꽤 많다.

예를 들어 '연애조작단' 같은 아이템은 '무한도전' 멤버들 중 돌싱들이 MC로 참여해 만들면 꽤 재미있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무한상사'나 '야유회' 같은 상황극은 한 편의 리얼 시트콤으로 만들어도 훌륭한 아이템이고, '식객특집' 같은 프로그램은 음식을 소재로 한 교양 정보 프로그램으로 손색이 없는 아이템이다. 한 번 하고 말기에는 아까운 이 많은 소재들이 지금껏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에 산적해 있다는 것은 '무한도전TV'에 대한 꿈을 자극한다.

즉 '무한도전'은 한 개의 프로그램으로 국한하기에는 이미 그 볼륨이 너무 커졌다. 실제로 '무한도전'에서 갈래가 이어진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래서 이 'TV전쟁'이 그려놓은 풍경 속에서 '유재석TV', '하하TV', '박명수TV' 같은 설정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저마다 하나씩의 자기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뉘앙스가 거기서 묻어난다.

언젠가 인터뷰 중에 김태호PD는 이 '무한도전TV'에 대한 꿈을 얘기한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겸양이 섞인 꿈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무한도전'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넘어 채널이 되는 꿈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TV전쟁 특집 마지막 장면에서 리얼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던 것에서 벗어나 유재석TV가 전국과 전 세계로 방영되는 모습을 굳이 CG처리 하여 넣은 것은 그런 꿈을 얘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