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즌2 부른 방만한 인력운용
'1박2일'(사진출처:KBS)
KBS 예능에서 시즌2를 달고 나와 성공한 건 '해피투게더'뿐이다. '해피투게더'의 시즌2, 시즌3의 성공의 핵심에는 유재석이라는 명MC와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변화를 계속해온 것이 주효했다고 보인다. 물론 토크쇼는 버라이어티쇼와는 그 기대감 자체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반면 '청춘불패' 시즌2, '출발 드림팀 시즌2'는 시청률이 거의 바닥이다. 그나마 자리를 잡고 있는 '불후의 명곡2'는 사실상 시즌2라고 하기가 어렵다. 이 프로그램이 본래 있었던 '불후의 명곡'의 시즌2라기보다는 심지어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 버전이라 불리는 건 '따라 하기'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의도용'일 뿐이라는 혐의가 짙다.
결과론일 수 있지만 시즌2는 그만큼 성공이 쉽지 않은 형식이다. 일단 시즌2라고 해놓으면 시즌1과의 비교점이 만들어진다. 시즌1이 잘 나갔던 프로그램이라면(그렇기 때문에 시즌2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시즌2의 기대감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중들은 시즌1과의 연계고리를 유지하면서도 시즌2만의 차별성도 요구한다. 다르지 않으면 다르지 않다고 비판받기 쉽고, 너무 다르면 너무 다르다고 비판 받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1박2일' 같은 KBS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2라는 꼬리표를 단 것은 패착 중의 패착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시즌2라는 꼬리표는 어떻게 붙여지게 된 것일까. 이 상황을 추적하다보면 KBS라는 시스템의 한계를 만나게 된다. '1박2일'은 KBS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KBS가 그나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게 '1박2일' 덕분이기 때문이다. 주말 예능의 왕좌를 거의 몇 년 간 쥐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것은 만일 '1박2일' 시즌2가 실패한다면 그 연후의 KBS 예능을 상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말 예능의 왕좌가 SBS나 MBC로 옮겨진다면 그 그림은 상당히 다르게 여겨질 것이다. '개그콘서트'가 그나마 자존심을 유지할 것이지만.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고 연간 엄청난 광고수익을 벌어주면서 또 그 상징성도 중요한 프로그램이 굳이 시즌2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기업으로 치면 대표상품의 관리 소홀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잘 나가던 '해피선데이'의 제작진들은 모두 떠나버렸다. 초기 '해피선데이'의 틀을 만들었던 이명한PD가 떠났고 '남자의 자격'을 이끌었던 신원호PD도 떠났다. 유일하게 나영석PD가 '1박2일'을 굳건히 지켜왔지만 이제 그마저 시즌2가 시작되면서 떠나게 되었다. '해피선데이'의 진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우정 작가는 '남자의 자격'에서 이미 발을 뺐고, '1박2일'도 시즌2와 함께 최재영 작가에게 바통을 넘겨줄 예정이다. 왜 그들은 모두 떠나는 것일까.
이런 상황은 '1박2일'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강호동이 애초에 '1박2일'을 떠나기로 작정을 한 후 '6개월 후 종영'이라는 선택을 했던 것이 아닌가. 사실 그 전에 이승기 역시 '1박2일'을 그만두려 했었지만 강호동의 선택 때문에 아예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김C가 일찌감치 떠났고, MC몽이 군 문제로 자진 하차했으며 결국 강호동도 세금 문제로 잠정 은퇴를 선언하며 '1박2일'을 떠났다. 결국 '1박2일'에서 굳이 '종영' 이야기가 나오고 '그래도 아까워서' 시즌2로 방향을 돌리게 된 상황은 이 모두가 떠나려고 하는 KBS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알다시피 공영방송을 내세우는 KBS의 인력관리는 거의 공무원 시스템과 유사하다. MBC나 SBS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그래서 사실상 '해피선데이'의 이명한PD나 나영석PD가 나오기 전까지 KBS에서 스타PD를 찾는 일은 거의 힘들었다. KBS는 조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지 한두 명의 스타를 키우는 집단은 아니다. 그래서 PD 한 명이 빠지는 상황이 나와도 다른 이가 그것을 맡아서 하는 안정적인 시스템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예능의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리얼 예능이 시작되면서 프로그램의 포맷보다 중요해진 게 한두 명의 스타PD가 가진 영향력이다. 이제 나영석PD가 없는 '1박2일'은 떠올리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만큼 이제 대중들은 누가 만드느냐에 대한 호불호를 갖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처럼 관료적으로 조직을 운영해서는 인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나마 KBS가 나영석PD에게 준 포상이라는 것이 조기승진이라는 건, KBS가 가진 인력관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잘 나가던 프로그램이 '6개월 후 종영'을 선택하고, 그 와중에서 많은 인력들을 빼앗기고, 그나마 프로그램의 상징적인 존재인 PD마저 바뀐 상황에서 시즌2가 잘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이수근과 엄태웅, 김종민이 잔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출연진만이 아니다. 다큐적인 형식 속에서 예능적인 코드들을 뽑아내 접목시키는 노하우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일반인들이 출연해도 순간적으로 캐릭터를 뽑아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그 노하우는 '1박2일' 제작진들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시즌2까지 흘러왔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1박2일' 같은 효자 프로그램이 겪는 흐름을 좀 더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했다. 사실 이수근, 엄태웅, 김종민이 잔류의사를 좀 더 확정적으로 해줄 수 있었다면(그 정도의 강한 신뢰를 보여주었다면) 굳이 시즌2 얘기는 나오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나영석PD가 가진 존재감이 아쉽기는 해도, PD가 바뀌는 일은 이미 '나는 가수다'든 '남자의 자격'이든 늘 있었던 일이 아닌가.
시즌2를 맡은 최재형PD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시즌1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겠다는 게 골자다. 제목도 그대로이고 형식도 그대로이며, 심지어 출연진도 시즌1의 세 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굳이 시즌2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1박2일'이 PD가 바뀌고 몇몇 멤버가 교체되면서도 그대로 가는 상황과, '1박2일'이 시즌2를 하게 된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시즌2가 된 이상 시즌1을 답습하는 자세로는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제 모든 건 시즌1과 비교하게 될 것이고, 심지어 PD조차 비교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어차피 시즌2를 하게 되었다면 좀 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조직 논리로는 비슷한 형식을 최대한 유지해서 내리막을 걷더라도 좀 더 오래 빼먹을 걸 다 빼먹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결국 모든 시즌2 프로그램의 전략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KBS처럼 기존에 잘 나가던 프로그램에 빨대를 꽂고 연명하는 시즌2에 목을 매다가는 자칫 새로운 프로그램의 제작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될 것이다. 사실상 시즌2를 억지로 떠안게 된 최재형PD는 KBS의 인력 운용 시스템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차라리 그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새로 하는 게 훨씬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놓고 그 자리에 앉혀 해결하라는 식의 인력 운용. 이것은 어쩌면 시즌2를 선택한 '1박2일'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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