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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만, 정글판 유재석으로 진화할까

D.H.Jung 2012. 5. 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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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성장, <정글2>의 진면목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과 그 동료들은 정글 한 가운데서 최소한의 생존 장비만 주어진 채 살아남아야 한다. 특정한 상황 속에 출연진들이 놓여지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가감 없이 포착해내는 이런 형식은 물론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무한도전>에서 무인도에 던져진 출연진들이 생존하기 위해 몸에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야자수를 따는 장면을 기억한다. 또 알래스카에 김상덕씨를 찾기 위해 갔다가 그 혹한의 얼음 밭 위에서 말도 안되는 간이 올림픽 경기를 상처를 입어가며(?) 했던 장면들을 기억한다.

 

 

'정글의 법칙2'(사진출처:SBS)

우리네 리얼 예능의 계보에서 <무한도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토록 크다. <무한도전>은 이미 그 야생의 낯선 지대로 뛰어 들어가 생존하기 위해 갖은 날것의 도전을 하는 그 예능의 형식적 틀을 이미 실험해 보여주었다. 물론 이것은 또한 서구의 리얼리티쇼들이 이미 선취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다만 <무한도전>이 의미 있는 것은 이러한 서구의 리얼리티쇼들의 형식을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풀어냈다는 점일 게다.

 

어쨌든 <정글의 법칙>에는 그 근간에 도전이라는 코드가 들어가 있다. 그들은 정글 깊숙이 들어가 문명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존법칙을 하나하나 체득해간다. <무한도전>의 초창기가 그러했듯이, <정글의 법칙>의 초반부는 역시 이 정글에 놓여진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도전이 되었다. 사실상 첫 번째 미션 장소였던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악어 섬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늑할 정도로 야생 가운데 안전이 어느 정도 확보된 공간이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파푸아에서 진행된 두 번째 정글 미션은 말 그대로 진짜 정글이었다. 이광규는 벌레들의 습격(?)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결국은 중도에 귀국했고, 코로와이족을 찾아가는 길은 극도의 한계를 시험하는 진정한 정글로드로서 출연자들을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에는 정글을 탈출하다 제작진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 진짜 정글 경험은 또 다른 도전의 자양분이 되었다.

 

남태평양 바누아투에서 찍은 <정글의 법칙2>는 그런 점에서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된 도전이다. 이번엔 그들을 위협하는 물이 있고 화산이 있고 정글이 있다. 이렇게 보면 <정글의 법칙2>는 <무한도전>이 그런 것처럼 정글의 무한 도전이 되는 셈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 목표를 세우고 그 안에 인물들이 투입된다. 그리고 도전을 겪어가면서 인물들의 생존능력 또한 성장한다. 이 프로그램이 계속 방영된다면 아마도 몇 년 후의 김병만과 그 동료들은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타잔 비슷하게 되어 있을지도.

 

진짜 리얼 프로그램의 특징은 그 안의 캐릭터들이 점점 실체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의 유재석과 그 멤버들은 초창기에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캐릭터로 시작했지만, 차츰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최고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이렇게 실제로 성장한 출연진들 때문에 미션과 프로그램의 방향조차 바꿔야 했을 정도. 특히 유재석은 도전의 아이콘이 되었다. 방송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그저 방송을 위해 보여주는 도전의 제스처가 아니라 실제로 대단한 도전정신의 소유자가 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출연자와 만나 허구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김병만 역시 그런 야생과 정글의 달인이 되지 않을까.

 

흥미로운 건 <무한도전>이 저 해외의 리얼리티쇼를 한국화해서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형식을 만들었듯이, <정글의 법칙> 또한 해외의 서바이벌 리얼리티쇼를 상당 부분 한국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날 것의 정글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팀원들이 하나의 유사가족을 형성하는 점이 그렇다. 자칫 힘겨운 자극에만 매몰될 수 있는 정글의 경험이 때론 웃음이 피어나고 때론 감동적인 눈물이 연출되는 건 바로 이 지극히 한국적인 가족이라는 틀이 있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과연 <무한도전>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김병만의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장난기 가득하며 때론 놀라운 달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앞에서 끌어주는 한, 이러한 성취가 꿈만은 아닐 것이다. 김병만의 성실과 도전정신을 보며, 정글판 <무한도전>처럼 보이는 <정글의 법칙>에서 제2의 유재석을 예감하는 건 섣부른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