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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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2'와 신동엽의 기막힌 만남

D.H.Jung 2012. 6. 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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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19금 멍석 까니 펄펄 나네

 

이거 같은 신동엽 맞아? 아마도 <SNL코리아2>의 호스트로 출연한 신동엽을 본 이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상파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그냥 신동엽이었다면 <SNL코리아2>를 통해 보여준 신동엽은 예능의 신 신동엽이었다. 19금 봉인의 해제. <SNL코리아2>가 야심차게 열어놓은 이 무대 위에서 신동엽은 펄펄 날았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골프 아카데미'에서는 스윙이 잘 안 된다는 질문에 응큼하게도 가슴 사이즈를 물으며 자신도 예전에 큰 사이즈(?) 때문에 퍼팅하기가 힘들었다고 눙을 쳤고, '짝'을 패러디한 '쨕'에서는 불법도박으로 수감된 사이비 승려로 등장해 그 특별한 직업(?) 때문에 여 재소자들의 인기를 받는 모습을 특유의 능청스런 연기로 보여주었다.

 

<SNL코리아2>의 야심찬 정치 콩트인 '여의도 텔레토비'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제니'로 등장해 반장선거에 나서는 모습을 통해 정치 풍자를 보여주었고, '진품명품'에서는 '부르는 게 가격'이라는 신사임당의 문서를 갖고 나왔지만, 알고 보니 그게 신사임당 가문의 노비 문서였다는 것을 알고 멘붕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신동엽의 섹드립(섹스+애드립. 야한 농담)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직접 목도한 느낌은 그 이상이었던 것. 말 그대로 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동엽의 19금 콩트는 거침없으면서도 적절한 품격(?)을 갖춘 것이었다. 이 정도면 신동엽쇼를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물론 신동엽쇼가 가능하려면 19금 콩트가 자연스러운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방송 환경 상 지상파에서는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케이블이라면 다르다. 사실 신동엽이 <SNL코리아2>를 통해 대중들의 열광을 얻어낸 것은 어쩌면 그간 닫혀 있던 19금 예능에 대한 갈증을 얘기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SNL코리아>는 시즌1에서 정치 풍자라는 지금껏 수면 아래에 있던 예능의 영역을 양지로 끌어냈다. '위크엔드 업데이트'에서 장진 감독은 거침없이 정치인들을 소환해와 풍자 코미디의 도마 위에 올렸다. 그리고 이 정치 풍자는 시즌2에서 더 강력해졌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대표적이다. 청와대 앰비, 통합진보당 구라돌이, 민주통합당 화나, 새누리당 또가 캐릭터로 등장해 여의도 정치의 난장판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또 '크루쇼'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출연해 박근혜 의원으로 분장한 정성호와 대담을 나누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즌1이 좀 더 직설적인 정치 풍자라는 봉인을 해제했다면 시즌2는 예능의 또 다른 벽으로 자리했던 성담론을 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양동근을 통해 그 가능성을 선보인 <SNL코리아2>는 신동엽을 통해 본격적인 19금 예능을 출격시킨 셈이다. 이로써 <SNL코리아2>는 이제 진짜 제대로 된 <SNL>의 세계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SNL>은 정치풍자와 섹스코미디가 적절히 섞여진 성인들을 위한 코미디쇼로서 사랑받아왔다. 정치와 섹스의 절묘한 조합이 진지함과 가벼움의 균형을 통해 품격 있는 19금 쇼를 가능하게 했던 것.

 

<SNL코리아2>와 신동엽의 만남으로서 드러난 가능성은 그래서 양측면에서 모두 고무적이다. 하나는 <SNL코리아2>가 지금껏 예능이 저질로 치부하면서 꺼려왔던 19금 예능(성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쇼라는 의미로서)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신동엽이 그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19금 콩트와 섹드립을 마음껏 드러냄으로써 그의 가치를 새롭게 대중들에게 인식시켰다는 점이다.

 

그간 버라이어티쇼들은 쇼의 형식 속에 출연자들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왔다. 하지만 <SNL코리아>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그날의 호스트에 맞춰 색깔을 달리하는 쇼는 앞으로 예능이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출연자의 숨겨진 가능성을 백분 발휘할 수 있게 최적화시켜 주었을 때 그 출연자의 진가가 드러나고 거기에 대해 비로소 대중들도 호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동엽이 19금 쇼라는 멍석 위에서 펄펄 날았던 그 모습은 그런 점에서 예능 전체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