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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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라의 방송 강행, 무리수인 이유

D.H.Jung 2012. 8. 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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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라를 위해서도 시간은 필요하다

 

티아라의 은정은 결국 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하차하게 됐다. 항간에는 제작진의 이 결정에 대해 일방적으로 통보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속에 담겨진 논리가 애매하다. 티아라 사태로 인해 은정이 출연하게 된 <다섯손가락>이 오히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그래서 이제 PPL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 은정을 퇴출시키는 것은 마치 토사구팽을 연상케 한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다섯손가락'(사진출처:SBS)

먼저 티아라 사태가 <다섯손가락>에 득(得)을 주었다는 시각은 이해될 수 없다. 물론 관심을 집중시켰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긍정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실(失)로 작용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아라 사태로 인해 이미지가 실추된 은정이 출연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안보겠다는 시청자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 PPL이 은정 출연 때문에 어려워진다는 얘기 자체가 대중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증거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다섯손가락> 제작진은 티아라 사태로 인해 거꾸로 피해를 본 셈이다. 마치 CF를 찍은 연예인이 사회적인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 해당 기업에게 그 피해가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실제로 이런 경우에 해당 기업은 그 연예인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도 하지 않는가.

 

물론 <다섯손가락>에서 은정의 하차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즉 애초에 티아라 사태가 터졌을 때, 아예 선을 그었다면 훨씬 자연스런 조치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제작진들은 티아라 사태의 중대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결국 뒤늦게 그 중대성을 깨닫고 하차 결정을 한 것이 잡음이 남게 된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제작진의 이런 둔감한 반응만큼 이해가 되지 않는 건 티아라 소속사의 행보다. 티아라 사태는 그 본질과 상관없이 소속사의 잘못된 대처로 인해 대중들에게는 왕따의 이미지로 굳어버린 게 사실이다. 즉 퇴출된 화영과 남게 된 멤버들이 보여주는 풍경은 그 자체로 당한 이가 퇴출되고, 가한 이가 버젓이 남아있는 상황으로 인식되게 된 것. 이런 상황을 이해한다면 티아라 멤버들이 버젓이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이 어떤 이미지를 만들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티아라 소속사는 멤버들의 드라마 출연을 강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것은 어찌 보면 대중정서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무시한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대중들을 상대하는 연예 기획사가 대중정서를 읽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닐까. 게다가 같은 연예계 종사자로서 드라마 출연 강행이 드라마 제작진들이나 방송사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런 끝없는 구설수 속에서 정작 더 힘들어지는 건 티아라 멤버 당사자들이다. 심지어 티아라 왕따 놀이가 등장할 정도로 사회문제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멤버들은 그 어떤 방송 출연도 득보다는 실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특히 티아라 사태에서는 멤버들의 방송활동 자체가 이들의 왕따 이미지를 더 공고하게 굳혀버리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티아라 사태의 진짜 본질이 실제 왕따인지 아니면 그저 왕따설일 뿐인지는 아직도 명확히 알 수 없다. 멤버 당사자들이나 소속사 대표 그 누구도 명쾌한 해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처럼 신뢰의 금이 간 상황에서는 그 어떤 해명도 믿음을 주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이 무엇인가만큼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것일 게다.

 

대중정서를 감안해본다면 티아라에게 현재 필요한 건 방송 강행이 아니라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될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이다. 이 대중정서가 가라앉지 않는 한, 어떤 방송 강행도 티아라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소속사가 티아라를 위한다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현재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중문화 종사자로서의 사회적인 책무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