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에 <황금어장>이 없었다면
만일 작금의 MBC 예능에 <황금어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파업의 여파로 가라앉아버린 MBC 예능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흔들렸을 게다. 유재석을 MC로 앉혔음에도 5% 이하의 시청률로 무너져버린 <놀러와>, 주말 예능의 기대주로 생각되었으나 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된 완성도와 준비를 하지 못하고 시작함으로써 힘이 빠진 <나가수2>, 게다가 장기결방으로 충격을 입은 <무한도전>까지. MBC 예능은 말 그대로 위기상황이다.
'황금어장'(사진출처:MBC)
그나마 이 위기를 버텨주고 타 프로그램에 동력이 되어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MBC 예능의 희망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황금어장>이다. <황금어장>은 파업 중에도 그 잘 짜여진 형식적 재미가 있었기에 굳건할 수 있었다. 또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함으로써 <무릎팍도사>가 폐지되고 <라디오스타>만 남았을 때도, 게다가 김구라마저 잠정은퇴하게 되었을 때도 끈질기게 그 위기상황을 버텨내 주었다.
어찌 보면 프로그램의 주축이 빠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황금어장>이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형식적인 완성도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애초 <무릎팍도사>의 부록처럼 자리했던 <라디오스타>는 메인의 자리에 서면서도 그 특유의 분위기와 속도감을 잃지 않았고 김구라가 빠져나갔을 때도 그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다른 멤버들이 기민하게 활약을 해주었다. 물론 김구라가 그간 <라디오스타>에 해놓은 공을 늘 예우함으로써 그의 빈자리를 늘 남겨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힘겨운 시절을 버티고 나자 <황금어장>은 말 그대로의 이름값을 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중도에 잠정은퇴했던 이들이 돌아올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 첫 번째는 강호동이다. MBC측은 강호동의 복귀작으로서 <무릎팍도사>의 부활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라디오스타>가 <무릎팍도사>의 부록이 되는 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MBC 예능국의 생각은 다르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목요일 밤에 <무릎팍도사>를 독립편성 하는 것이 여러모로 MBC로서는 좋은 그림이라고 판단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요일 밤에 <라디오스타>가 목요일 밤에는 <무릎팍도사>가 나란히 편성되는 셈이다. <황금어장>이 결국 두 프로그램을 키워서 각각의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키워내게 되는 것. 여기에 <라디오스타>의 메인이었던 김구라의 복귀도 어느 정도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구라는 이미 tvN <택시>를 통해 이미 방송에 복귀한 상태이고, <라디오스타> 역시 김구라의 복귀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강호동과 김구라가 <황금어장>을 통해 다시 지상파 예능을 시작한다면 그것은 MBC 예능으로서는 새로운 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무한도전>은 무한상사편의 자투리 방송으로 들어간 ‘행쇼’를 ‘라디오스타’의 스튜디오에서 그 형식을 패러디함으로써 <무한도전>만의 예능 맛을 선보이기도 했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는 본편인 무한상사보다 더 화제를 낳았다. <황금어장>이 MBC 예능 전반에 주는 활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호동과 김구라가 복귀해 각각 독립 편성된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에 투입된다면 그간 침체되었던 MBC 예능을 다시 끌어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황금어장>은 MBC 예능의 황금어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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