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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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눈물이 보여준 유재석의 진가

D.H.Jung 2012. 10. 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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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회 특집이 보여준 <무도>의 진심

 

"지금은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든든하겠지만 나 때문에 너희들의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유재석의 이 한 마디 속에는 그가 얼마나 후배들과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애정을 갖고 있는가가 들어있었다. 지금은 함께 방송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아닌 후배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하하나 노홍철 같은 후배들이 남아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 말은 또한 유재석이 왜 최고의 위치에 있는가를 확인시켜 준 한 마디이기도 했다. 지금 현재 정상의 위치에 서 있지만 늘 제 자리로 내려올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그의 겸손과 배려와 노력의 원천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진다. 늘 원래 있던 자리를 잊지 않고 결국은 그 자리로 올 것을 직시하는 태도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재석은 그것을 부정하는 하하와 노홍철에게 "그런 날은 반드시 온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그가 담배를 끊은 것에 대해 하하가 "형이 점점 무서워진다"며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슈퍼맨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유재석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다른 걸 할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꼬리잡기’편을 할 때 최소한 상대방하고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해야 재미가 있는데 그게 힘들었다는 것.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얘기다.

 

멤버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유재석의 배려는 노홍철과 하하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노홍철이 처음 <무한도전>을 할 때 컨디션을 북돋아주고 원활하게 녹화를 하려고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아무런 대가 없이 아무 이유 없이 유재석이 그를 배려해줬다는 것. 심지어 매니저가 없는 노홍철을 위해 직접 운전을 해주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왜 그랬냐는 질문에 유재석은 머쓱한 표정으로 “그냥 좋으니까 그랬겠지. 좋으니까”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서의 멤버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다.

 

사실 <무한도전>은 지금껏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그것은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웃음을 주겠다는 그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300회 특집은 지금껏 잘 드러내지 않던 <무한도전>의 진심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악역을 도맡아하지만 길에게 “우리가 다 같이 한 건데 왜 네가 혼자 책임을 지냐”고 얘기할 정도로 따뜻함을 보여준 박명수, 바보 역할이 굳어져버렸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소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정준하, <무한도전>이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토로하면서 그러면 자신의 존재도 사라질 것 같다는 정형돈까지. 그간 웃음 뒤에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맨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유재석이 있었다. 정준하가 길에게 얘기한 것처럼 결코 <무한도전>은 쉬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은 하하의 말처럼 ‘슈퍼맨’이라도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담담히 말하는 그 성실성과, 함께 하는 멤버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대가없이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위해주는 그 융화력,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의 위치에서조차 늘 끝을 염두에 두는 그 겸손과 배려가 있었기에 <무한도전>이 지금껏 7년 간을 도전해올 수 있었을 것이다. 300회 특집은 그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진심과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