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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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왜 광장과 잘 어울릴까

D.H.Jung 2012. 11. 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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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광장스타일

 

파리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 싸이가 등장하자 운집한 2만여 군중들은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싸이는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 이름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고 그러자 군중들은 “싸이”를 외쳤다. 싸이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바로 “준비 됐느냐”고 물은 후 음악에 맞춰 ‘강남스타일’을 불렀다. 펄쩍펄쩍 뛰며 말춤을 출 때는 광장 전체가 들썩거렸다.

 

사진출처 : 싸이 트위터

그는 자신이 좀 더 잘 보일 수 있는 광장 계단쪽으로 올라가 한 번 더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군중들과 손발을 맞췄다. 경사진 난간은 위험해보이기도 했지만 싸이는 아랑곳없이 그 위에 올라가 어깨춤으로 말춤을 소화해냈다. 그걸 본 군중들은 더 신이 나 손을 흔들어대며 함께 말춤을 추었다.

 

이것은 인터넷에 이미 퍼져버린 트로카데로 광장에서의 싸이 플래시 몹 광경이다. 프랑스 라디오 음악채널 NRJ 기획 하에 진행된 이 대형 행사를 싸이가 유럽 프로모션의 첫발로 삼았다는 것은 그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것이면서도 대단히 명민한 선택이었다고 보여진다. 싸이는 이미 미국에 이어 유럽 각국에도 팝 차트 상위에 올라가 있지만 역시 그의 근거지는 유튜브 같은 인터넷이라고 볼 수 있다. 유튜브 조회수 6억뷰라는 대기록.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공간의 연대가 종종 오프라인으로 집결되는 곳이 바로 광장이다. 한때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광장이 사라지고 온라인 아고라가 그 기능을 할 것이라고 여기곤 했지만 광장은 여전히 그 기능을 하고 있다. 대중들이 집결하고 무언가를 주장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함께 모여 열광할 수 있는 곳. 온라인으로 어떤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미리 연결되는 작금의 디지털 환경은 오히려 광장의 효용도를 높였다고도 보여진다.

 

트로카데로 광장도 각종 다양한 시위와 행사가 벌어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대통령 연설이 행해지기도 하고 푸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반대 시위 같은 프랑스 내 문제에 대한 집회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간통 이란 여성의 투석형에 반대하는 시위라든가, 티벳 문제에 대한 반 중국 시위 같은 여러 다른 나라의 문제도 빠지지 않는 열린 공간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제주도 강정마을 지키기 시위와 행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싸이의 이번 플래시 몹이 특별히 의미심장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가 지금껏 보여온 일련의 광장 퍼포먼스 때문일 게다. 싸이 만큼 광장에 어울리는 가수도 없다. 노래를 대단히 잘 부른다기보다는 대중들의 피를 끓게 만들고, 때론 어떤 틀이 주는 억압에서 한 순간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싸이의 콘서트 스타일이다. 물론 지금껏 그 퍼포먼스는 콘서트장 안에 갇혀 있었지만 유튜브를 타고 퍼져나간 전 세계적인 인기는 그로 하여금 대중들이 모이는 곳, 광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미국 NBC <투데이쇼>에서 그를 뉴욕의 록펠러 광장에 세운 것도 그런 그의 스타일이 잘 묻어난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많은 잡음을 남겼지만 싸이에 의해 2002 월드컵 시절의 풍경으로 되돌려진 서울 시청 앞 광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스타일을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지지층을 끌어 모으고 그들의 존재를 광장에서 확인시킨다. 그리고 그 광장에 압도적으로 모여든 인파 속에서 뛰어노는 싸이의 모습은 다시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며 퍼져나가며 수많은 컴퓨터 앞에 앉은 이들을 열광에 동참시킨다. 싸이에게 광장은 그런 의미다. 그는 광장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