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무도'의 택시 특집, 민감했던 이유 본문

옛글들/명랑TV

'무도'의 택시 특집, 민감했던 이유

D.H.Jung 2013. 3. 11. 09:08
728x90

<무도> 왜 하필 이 시기에 택시를 다뤘을까

 

<무한도전>과 택시의 만남. ‘멋진 하루’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만남에서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서민’이다. 하루 종일 일해도 사납급 채우느라 한 달에 130만원 벌기도 힘들다는 택시기사들의 조악한 현실. <무한도전>이 노란 제복을 입고 일일 기사로 나선 데는 그들의 힘겨운 실상을 이해해주고, 또 택시를 이용하는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 때문일 게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실제 <무한도전>은 오전 내내 택시를 몰고 다녀도 승객만나기가 쉽지 않은 택시기사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점심시간에 기사식당에 모여 돼지불백에 심한 허기를 느끼는 모습들이 포복절도의 웃음으로 승화되었지만, 그 장면은 사실 웃을 수만은 없는 택시기사들의 현실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점심 식사 한 끼를 챙겨먹는 것도 편안할 수만은 없는 현실을 극화해보여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무한도전>을 보는 시선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최근 벌어진 택시법을 둘러싼 택시업계와 버스업계 그리고 정부의 입장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과 겹쳐져 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대중들은 이중적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힘겨운 택시기사들의 현실을 알고는 있지만, 또한 택시 하면 떠오르는 것이 승차거부, 난폭 운전 같은 부정적인 서비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와 버스업계의 대립은 만일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이 됐을 때 그 혜택이 버스에게는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시각 때문이기도 하다. 지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거나, 버스전용차로에 택시가 들어올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의 불안감이 그것이다. 게다가 택시비가 워낙 비싸서 이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한다는 것에 대한 대중정서도 그다지 곱지만은 않다. 또한 택시법이 통과됐을 때 실질적으로 혜택을 가져가는 건 택시사업주들일 뿐, 택시기사가 아니라는 점도 이를 반대하는 대중들의 입장이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택시를 탄 한 버스기사의 이야기는 그래서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 버스기사는 “비정규직이니까 더 힘들다”며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여기에 대해서 유재석은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택시기사들의 고충을 다루면서도 버스기사의 고충 역시 놓치지 않았던 점은 그나마 이번 <무한도전>의 택시 아이템에서 어떤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던 면모였다.

 

결국 <무한도전>이 다루려던 것은 이번 택시법에 즈음하여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주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저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통해 좀 더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을 것이고 그 속에 택시기사도 버스기사도 또 골목상권의 피해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택시라는 접점을 통해 대중들과의 멋진 하루를 꿈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하필 민감한 시점에 이 아이템을 하게 된 것은 여러모로 프로그램 외적으로 호불호를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그것은 택시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이중적인 시선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택시는 과연 대중교통인가 아닌가. 택시기사들의 삶이 힘겨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중교통으로서 대중들이 인식할 만큼 서비스나 비용이 합당한 것인가. 이런 입장차는 결국 이번 택시를 아이템으로 삼은 <무한도전>에 대한 대중들의 갈라진 시선을 말해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