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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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예담에게서 보이는 칭찬의 역효과

D.H.Jung 2013. 3. 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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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악동뮤지션과 방예담을 갈랐나

 

<K팝스타2>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두 팀을 고르라면 단연 악동뮤지션과 방예담이 될 것이다. 그런데 톱6가 결정되면서 이 두 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다음에서 진행된 누구의 무대가 제일 좋았느냐는 투표에서 악동뮤지션의 ‘크레센도’는 무려 71.5%가 지지해 1등을 차지한 반면, 방예담의 ‘I do'는 2.5%로 꼴찌로 랭크된 것. 물론 포털의 투표가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대중들의 마음을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K팝스타2'(사진출처:SBS)

실제로 톱6 결정전에서 방예담은 그다지 좋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음정은 떨렸고, 어딘지 자신 없는 듯한 목소리와 몸짓은 어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실 대중들은 이전부터 방예담에게 쏟아지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대중들이 TV로 보기에는 예쁜 목소리와 가능성을 가진 아이의 무대 정도라고 생각했던 데 반해, 심사위원들은 방예담의 무대만 보면 놀랍다는 표정을 연실 보여주었고, “천재” 심지어 “무섭다”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악동뮤지션에 대한 반응은 또 대중들과 심사위원이 정반대였다. 심사위원은 연거푸 대중성 부족을 들어가며 악동뮤지션의 부족한 면을 지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중성의 장본인인 대중들은 투표를 통해 악동뮤지션을 지지했고, 또 자작곡이 발표(?)될 때마다 음원 차트 1위에 올라가게 만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을 보여주면 오히려 투표가 집중되는)이 있고 제작진이 어떤 운용의 묘를 발휘했다고 해도 악동뮤지션의 노래들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무엇이 방예담과 악동뮤지션의 희비쌍곡선을 만들었던 것일까. 이 사례에서 보여지는 건 이른바 ‘칭찬의 역효과’라는 교육이론의 한 대목이다. ‘칭찬의 역효과’란 아이들(성인도 포함된다)에게 하는 칭찬이라는 것이 거꾸로 아이들에게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만들고, 또 과정 그 자체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게 만듦으로서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해가 된다는 이론이다. 한 마디로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는 바로 그 칭찬에 집착하게 되어 의존적이 되고, 더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는 칭찬받을 수 있는 쉬운 시도만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

 

이 ‘칭찬의 역효과’를 통해 바라보면 방예담에게 그토록 쏟아졌던 극찬 세례는 사실상 그를 성장시켜주기보다는 오히려 가능성을 제한시켜버린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 부담감은 점점 커졌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칭찬만 받던 아이가 비판을 받았을 때는 그 상처도 더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악동뮤지션에게 유독 냉철했던 심사평들은 거꾸로 이들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켰을 수 있다.

 

이렇게 ‘칭찬의 역효과’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앤드류 최가 어떻게 점점 안정적이고 꾸준한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는지가 보인다. 양현석이 얘기한 것처럼 앤드류 최는 사실상 그다지 큰 기대를 받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고, 적절히 받는 심사위원들의 조언들은 그대로 앤드류 최에게는 뼈가 되고 살이 되었을 것이다. 앤드류 최는 대단히 감미로운 목소리에 절정의 가창력, 게다가 풍부한 음악 경험까지 갖춘 <K팝스타2>의 무시 못 할 우승후보로 올라선 것이 사실이다.

 

흔히들 교육에 있어서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사람은 당나귀가 아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조직관리라는 어찌 보면 비인간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칭찬보다 중요한 건 진심어린 조언이다. 특히 방예담이나 악동뮤지션처럼 어린 친구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칭찬이 주는 달콤함(사실상 기대감과 부담감을 만드는)보다 진심어린 조언이 주는 자존감(구체적으로 어떤 걸 더 보완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이 더 중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