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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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유재석? 유재석의 변신이 무죄인 이유

D.H.Jung 2013. 3.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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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유재석만 있나, 나쁜 유재석도 있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변화가 심상찮다. 그간 늘 착한 이미지로만 각인되어 왔던 유재석이 ‘잔소리꾼’이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조금씩 끄집어내고 있는 것. 하와이로 가기 위해 모인 멤버들에게 유재석은 지난 회에 이어서 “형제 4호 발령”을 알렸다. 여기서 ‘형제 4호’란 <무한도전>이 어떤 위기의식을 갖고 심기일전을 하기 위해 유재석이 보내곤 했던 문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유재석은 오프닝에서도 정준하의 새로 한 머리를 꼬투리삼아 그 헤어스타일을 ‘버르장머리’라고 불러 면박을 주었고, 박명수가 딸 민서가 해준 매니큐어를 자랑하며 벌써 “키가 1미터 10 나온다”고 하자 “계속 크겠죠. 2미터 되겠네요.” 해서 그를 자극시키기도 했다. 하와이로 떠나는 공항에서는 ‘무한상사’를 즉석에서 재연하면서 유국장이 된 유재석은 “재미없으면 하와이에서 못 돌아올 줄 알아”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또 “다들 힘든 상황에서 하고 있는 거 알고 계시죠?”라고 묻는 유재석에게 너무 부담주고 그러지 말라는 멤버들의 원성이 자자하자 유재석은 “여러분이 바캉스로 가든 촬영으로 가든 휴가를 가든 재미만 있게 해오라니까.”하고 잔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무한상사’에서의 상황극 캐릭터가 ‘스트레th' 특집에서 다시 끄집어내진 후 ‘하와이’ 특집으로 이어진 셈이다. 재미에 대한 강박이 강해진 유재석은 이제 그 재미를 위해서는 ‘착한 캐릭터’마저 훌훌 벗어던질 기세다.

 

유재석의 이런 변화는 <런닝맨>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김수로의 이름표를 송지효가 떼어버리는 놀라운 결과로 혼자 월요 커플을 상대해야 하는 유재석은 그간의 모습과는 달리 안간힘을 쓰며 개리의 이름표를 먼저 떼기도 했다. 결국 송지효의 간지럼 공격에 무너지긴 했지만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던 것. 부표 위에서 벌어진 수중고싸움에서도 유재석은 공격하는 김종국과 하하 송지효를 모두 밀어내는 반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게임에 좀 더 집중하는 느낌이랄까.

 

유재석이 물론 자신의 캐릭터를 완전히 바꾸려는 건 아닐 것이다(이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껏 ‘착한 유재석’만 있었다면 이제는 ‘나쁜 유재석’ 같은 새로운 면모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유재석 스스로 느끼는 위기감과 연관되어 있다. 오래도록 유재석의 착한 캐릭터를 끌어와 착한 토크쇼로 안방을 지켜왔던 <놀러와>가 폐지되었고, <무한도전>의 시청률도 과거만 못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건 일시적인 결과일 수 있지만,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의 성패는 몇몇 팬덤에 의해 유지되던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이다. 이것은 팬덤이 사라졌다기보다는 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지 못한 탓이 크다. 오래도록 착한 캐릭터로 고착화되다보면 의도치 않게 프로그램의 색깔 또한 고정시켜버릴 수도 있다. 워낙 유재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그가 나오는 토크쇼는 모두 착한 토크쇼가 되고, 그가 나오는 버라이어티쇼는 게스트를 배려하는 미션과 도전이 된다. <놀러와>, <해피투게더> 같은 토크쇼가 그렇고,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이 그렇다.

 

늘 1인자다운 모습, 늘 배려의 아이콘다운 착한 이미지는 물론 유재석이 버릴 수 없는(버려서도 안 되는) 그만의 가장 큰 자산이지만 그렇게 고정된 이미지는 본인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유재석 하면 떠오르는 그 인상은 그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유재석은 여기서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좀 더 다채로운 캐릭터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려는 듯하다.

 

최근 서병기 대중문화 전문기자는 <해피투게더3> 촬영장을 찾은 자리에서 유재석의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면 방송에서 착한 유재석뿐 아니라 나쁜 유재석도 보여줄 수 있다”고. 유재석의 변화는 그 목적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하와이로 떠나는 공항에서 유국장으로 분한 유재석이 “재미만 있게 해오라니까”라고 잔소리를 하는 모습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한 다짐일 게다. 그 도전이 시청자들을 위한 것일 때 그 캐릭터가 무엇이든 유재석의 변신은 무죄다. 유재석의 새로운 무한도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