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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예체능, 돌아온 강호동보다 조달환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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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이 부활하려면

 

화요일 밤이 왁자지껄해졌다. 강호동의 귀환.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강호동과 이수근의 재회다. 사실 강호동이 잠정은퇴 선언으로 <1박2일>을 빠져나가고 나서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을 느꼈던 이수근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수근은 강호동이라는 비빌 언덕 안에서 강력한 개인기와 순발력을 선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 때문에 강호동의 행동이나 말투 하나하나가 익숙한 이수근은 때론 그를 무식하다며 몰아세우기도 하고, 때론 그에게 당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웃음을 만드는데 익숙하다.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그런데 이런 사정은 강호동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잠정은퇴에서 복귀 후 어딘지 옆자리가 허전한 느낌을 준 것은 강호동이라는 캐릭터에는 까불고 당하는 조력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릎팍도사>에서는 유세윤이, <1박2일>에서는 이수근이 그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첫 번째 미션으로 선정된 탁구의 본게임이 시작되기 전 그 준비과정을 그린 첫 방송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사람의 합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형 플래카드에 거대한 붓으로 그들이 이번 대회의 소원으로 선택한 ‘헹가래’라는 글자를 쓰는 과정에서 맨손으로 붓을 짜는 복불복(?)은 <1박2일>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가위바위보에서 계속 져 붓을 짜던 이수근이 새까매진 손으로 “장갑 좀 벗을께요”하는 식의 즉석 상황극이 그렇고, ‘헹가래’의 철자를 두고 딱밤으로 강호동의 이마에 점을 찍어 ‘정동남 만들기’를 선보이는 장면이 그렇다. “예능 아닙니까?”하는 이수근의 말은 <1박2일> 시절의 ‘버라이어티 정신’을 떠올리게 했다.

 

아직까지 최강창민의 두드러진 활약이 눈에 띄지 않지만 그의 역할은 강호동, 이수근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프로그램에 비주얼적인 면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비주얼이 앞으로 만날 여성들과의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고 때로는 강호동, 이수근과의 비교점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최강창민의 이런 가능성이 드러나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MC 조합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 때 그 때의 미션에 맞게 함께 대결을 벌일 게스트를 잘 뽑는 일이다. 첫 번째 탁구 대회 미션 게스트 중 단연 눈에 띄는 게스트는 박성호와 조달환이다. 연예인 탁구단 회장으로 출연한 박성호는 탁구의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선생 캐릭터를 즉석에서 만들어 강호동에게 면박을 주기도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게스트 중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준 인물은 박성호가 추천한 조달환일 것이다.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은 낯선 조달환은, 이름이 풍기는 어딘지 코믹함과 신비스러움(?)을 기대하게 만들다가, 거의 신기에 가까운 탁구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동네 예체능>의 대결이 그저 동네 단합대회 같은 소소함에 머물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이 2회 정도의 분량으로 하나의 미션이 구성된다고 볼 때(물론 이건 미션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1회분의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은 예능적으로 풀어질 가능성이 높고, 2회분은 스포츠가 주는 팽팽한 대결의 맛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달환 같은 인물은 2회분의 기대감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인물인 셈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그 제목에서부터 풍기듯 예능(1회분에 주로 보여질)과 체육(2회분)을 결합한 데다 ‘우리동네’라는 일반인 참여 콘셉트를 포함시킨 프로그램이다. 확실히 <달빛프린스>의 정적인 분위기보다는 활력이 넘치는 동적인 이 분위기에서, 예능과 체육 그리고 일반인은 강호동에게는 최적의 상황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야심찬 기획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강호동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조달환 같은 화제의 인물 혹은 ‘우리동네’의 특별한 일반인들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즉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은 ‘예체능’보다 ‘우리동네’라는 점이다. SM식구들의 대거 출연은 물론 같은 소속사인 강호동을 최적화시키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강호동이 해야 할 일은 예전 <1박2일>에서 여행 중 만났던 일반인들을 즉석에서 웃고 울리며 캐릭터를 만들던 모습이나, <스타킹>에서 참가자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큰 리액션을 보임으로써 그들을 올려 세우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이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동네 예체능>이 사는 길이고, 또 강호동이 살아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