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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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무도' 최대의 자산이자 한계

D.H.Jung 2013. 8. 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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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에 대한 호불호, 점점 골이 깊어지는 이유

 

역시 <무한도전>은 대단했다. 사실 일반인에게 온전히 메가폰을 맡기고 한 회 분량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보통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무도를 부탁해’에서는 ‘거장 이예준’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부족한 기획과 진행경험 자체를 웃음의 소재로 만들어냈고, 지난 ‘간다간다 뿅간다’ 특집에 잠깐 나와 화제가 됐던 김해소녀들과의 화학작용을 통해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즉 이예준 군이 만드는 예능 자체(논두렁에서 미꾸라지 잡기)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미숙하고 불완전한 프로그램 제작에(그것도 초등학생에게!) 베테랑 MC들과 제작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웃음의 포인트라는 점이다. 일이 생각만큼 풀리질 않아 고민하고 또 점점 의기소침해지는 이예준 군이 오히려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건 부족한 것조차 오히려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김태호 PD의 능력 덕분이다.

 

안양예고 친구들이 기획해 진행한 ‘무한MT’ 특집 역시 소재로서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건 늘 <무한도전>에서 여행가면 했던 아이템의 반복이 아니던가. 하지만 안양예고 여고생들 특유의 디테일한 연출 과정을 김태호 PD는 귀엽고 풋풋한 느낌으로 잡아냈고, 베테랑 MC들은 이 아이템의 핵심이었던 김해소녀들과, 학생과 아저씨 콘셉트로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감정 이입을 만들어냈다.

 

즉 “잠깐 쉬어갈께요!”하고 말하며 슬레이트를 쳐도 그 슬레이트를 친 이예준 군이나 안양예고 친구들을 찍는 카메라는 계속 돌고 있었다는 것. 특집 소제목은 ‘무도를 부탁해’지만 사실은 그간 <무한도전>에 대한 무한 사랑을 보여준 팬들(그러니 아이템들을 줄줄이 외우고 어설퍼도 이런 제작에 뛰어들 수 있었을 게다)에 대한 일종의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팬덤에 보답하는 자리.

 

그런데 이 팬덤이라는 것이 <무한도전>의 최대 장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한계로서 지목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특정 팬덤을 너무 의식하게 되면 정반대로 팬덤 바깥에 있는 일반 시청자들이 의도치 않은 소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무도를 부탁해’ 특집에 쏟아진 호불호는 그 단적인 사례다.

 

<무한도전>이 그간 해왔던 아이템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팬들에게 이런 기획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왜 저들이 저럴까”하는 의구심을 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팬들의 환호는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을 넘어서 일종의 반발심까지도 만들어낸다.

 

너무나 공고한 팬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애정어린 비판조차 허락지 않는 듯한(물론 이건 일부일 것이지만) 분위기 또한 <무한도전>을 폐쇄적인 일종의 성역으로 인식시킴으로서 부정적인 시선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성역이란 것이 그 자체로 피아를 구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만들어지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공격과 방어가 오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팬덤은 의도치 않게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는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초로 팬덤을 소유한 <무한도전>은 그만큼 공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이것은 프로그램의 성장기에는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8년 넘게 지속된 프로그램에서 요구되는 것은 그 팬덤의 세계에 갇혀 <무한도전>의 역사를 반복적으로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8년을 위해 좀 더 과감하게 그 문을 개방하는 자세가 아닐까.

 

‘무도를 부탁해’ 특집은 그래서 <무한도전> 팬덤을 확인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베테랑들의 능력을 발견한 자리이면서, 동시에 새로움과 팬덤을 넘어서는 새로움에 대한 요구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무한도전>에게 앞으로도 주욱 주말의 웃음을 부탁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