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정글'과는 달랐던 '아빠'의 무인도 활용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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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과는 달랐던 '아빠'의 무인도 활용법

D.H.Jung 2013. 8. 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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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생존을 떼어내니 무인도도 로망

 

<아빠 어디가>가 무인도에 내려졌을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것은 아마도 <정글의 법칙>의 무인도가 떠올랐기 때문일 게다. 무인도 같은 생존의 공간에 어린 아이들까지 떨어뜨린다는 것은 마치 시청률을 위해 좀 더 자극적인 상황으로 무인도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만들었다. 하지만 걱정할만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인도라는 공간이 주는 아빠와 아이들의 로망이 그 안에서는 펼쳐졌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저녁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아빠들은 바다낚시를 했고 아이들은 게를 잡았지만 거기에서 야생의 위협이나 생존을 위해 먹거리를 구하는 절실함 같은 것은 없었다. 아빠들은 오랜만에 물 만난 고기처럼 낚시를 즐겼고, 아이들도 땅을 파고 게를 잡는 것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또 산에서 칡뿌리를 캐고 고사리를 채취하며 잠시간 어린 시절의 향수에 빠져들기도 했다. 직접 잡은 것으로 차려 먹은 저녁시간은 마치 만찬처럼 풍족했다.

 

이렇게 무인도에서의 1박2일이 여유로워진 것은 그들이 이미 최소한의 생필품은 확보한 상태로 거기 들어갔기 때문이다. 부족하지만 음식 재료도 어느 정도 있었고, 잠자리를 위한 튼튼한 텐트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 무인도 체험은 생존의 차원을 벗어나 오로지 색다른 아빠와 아이들의 추억 만들기가 될 수 있었던 것. 제작진의 선택이 자극이 아니라 색다른 경험에 맞춰져 있었다는 반증이다.

 

아이들이 무인도에 열광하는 것은 무수히 많은 무인도 관련 생존(살아남기)을 다루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서 미루어 알 수 있다. 실제 무인도가 어디 그렇게 여유로울 것이냐마는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잠시 동안의 야생 체험이 주는 로망이 된다는 것.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보물찾기 미션은 그 로망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찾은 보물이 시원한 음료와 과자라는 건 물론 아이들의 로망에는 부합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무인도 체험이 무거운 교훈이나 진짜 서바이벌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걸 전해주기도 했다.

 

무인도. 사람이 없는 섬은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단 하룻밤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어느 정도의 생존 준비가 되어있는 공간은, 어딜 가든 사람에 치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하나의 판타지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여름 피서철을 맞아 바다로 산으로 떠나지만 거기서 다시 맞닥뜨리는 인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봤던 경험이 있을 게다. 그러니 오로지 이들만의 공간이 되어주는 무인도는 마치 전용 비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캠핑장에 가도 옆 텐트와 프라이버시가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가깝게 닿아있어 전혀 캠핑의 목적과는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캠핑은 온전히 자연 속에 자신을 잠시 던져 놓는 체험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아빠 어디가>가 친 사람대신 바다가 보이고 별이 보이는 무인도에서의 캠핑은 최적의 체험 공간이 된 셈이다.

 

무인도도 다루기에 따라 살벌한 생존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모두가 꿈꾸는 로망이 되기도 한다. <정글의 법칙>이 전자라면 <아빠 어디가>는 후자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아이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생존의 문제를 아빠에게 돌려놓고 아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으로 <아빠 어디가>는 무인도에서조차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아이들이라는 가능성과 함께 아이들이기 때문에 체험의 한계가 공존하는 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다양한 체험은 생존을 떼어냄으로써 오히려 때로는 어른들에게도 즐거운 로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