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왜 시사풍자보다 19금이 세졌을까
<SNL코리아>는 왜 최일구 아나운서 대신 유희열이 필요했을까. ‘위캔드 업데이트’ 코너에 고정 크루로 들어온 유희열은 ‘감성변태’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능글능글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19금 코미디로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신동엽이 이엉돈 PD로 나온 ‘몸으로 풀다’에서 서로 젖병에 담은 모유를 나눠먹는 장면은 실로 이 두 변태(?)들의 시너지를 최고조로 보여준 압권이었다. 유희열 말대로 그들은 19금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는 ‘메시와 호날두’ 같은 느낌이었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하지만 유희열이 들어온 ‘위캔드 업데이트’는 특유의 야릇한 분위기가 주는 19금 유머는 강화되었지만 특유의 시사풍자 코드는 약화된 게 사실이다. 서울 심야버스 확대 운행을 언급하면서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다”며 야릇한 웃음을 던지고, 데니스 로드맨이 방북해 김정은을 만난 이야기에서 그들의 나이차가 30년 차가 난다며 갑자기 그 정도 나이차가 나는 수지에게 영상편지를 보낸다. “수지야 근데 너 지금 뭐 입고 있니?”
손석희 앵커 복귀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살짝 비틀기보다는 “자기와 비슷한 이미지”라며 자신의 위캔드 업데이트 복귀에 맞춰 복귀하는 것이 ‘위기의식’ 때문이 아니냐는 식으로 웃음을 주었다. 과거의 장진 감독이나 최일구 아나운서가 했던 ‘위캔드 업데이트’가 시사 문제를 비틀어 그 시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던 반면, 유희열의 그것은 시사 문제를 끌어오긴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는 사적인 이야기로 돌아오고 있다.
물론 이것은 유희열의 탓이 아니다. <SNL 코리아>가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텔레토비’가 없어지고 그 유사한 형태로 생긴 ‘tvN 동화 행복한 세상’은 인어공주 이야기를 가지고 ‘일본 방사능 유출 공포’에 대해 다뤘지만 ‘여의도 텔레토비’ 만큼의 날선 시사 풍자는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은 <SNL 코리아>의 다른 코너들에서도 똑같이 보여지고 있는 현상이다.
승리가 호스트로 나온 지난 <SNL 코리아>는 거의 전 코너들이 풍자를 다루기보다는 19금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코너인 ‘더 테러 라이브’는 이 본래 영화가 보여주던 계급정서는 쏙 빠지고 대신 야한 생각하면 팬티 속의 폭탄이 터진다는 식의 19금 코미디를 보여주었다. 테러범 여동생으로 클라라가 등장해 신동엽에게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들고 그걸 참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시루떡 보이즈’는 홍대클럽, 헬스클럽, 실버클럽, 파이트클럽 등 각종 클럽을 다니며 부비부비 하는 남자들을 보여주었다. 내용이 있다기보다는 과장된 동작들의 반복이 주는 단순한 웃음이 대부분이었다. ‘승리의 품격’은 폼생폼사의 승리가 점점 망가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는데 여기에도 클라라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승리와 야릇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하룻밤을 위해 자취방을 대실해준다는 ‘승리의 자취방 대실 서비스’나, 흘린 걸 닦아주는 여자 때문에 더 야한 부위에 일부러 흘리는 남자들을 보여주는 ‘심야식당’ 역시 19금을 내세운 야한 설정으로 꾸며진 코너들이었다.
그나마 비판적인 시선을 담은 것이라고는 ‘꽃보다 할배’라는 코너로 예능의 베끼기를 풍자한 것이 유일했다. 자신도 베끼자며 ‘전국 안녕하세요 꽃보다 진짜사나이 할배 무한도전 하러 어디가? 스플래시’라는 프로그램을 찍는 장면은 그나마 속 시원한 풍자의 한 면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시사 풍자 코드는 거의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클라라가 코너 전편에 거의 들어가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도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SNL>의 핵심은 균형에 있다. 즉 시사 풍자 같은 조금은 무거운 주제의 코미디와 19금 코미디 같은 야하고 가벼운 코미디가 적절히 균형을 잡았을 때 이 프로그램만의 독특한 매력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나 시사 분야가 가진 권위적인 부분들을 상당 부분 무너뜨리면서 웃음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난다. 또한 19금도 그저 저질스런 코미디로 전락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시사 풍자 같은 코너들이 없는 19금 코미디는 자칫 시사적인 이슈들을 뭉개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19금으로 덮어진 어설픈 시사 끌어오기는 그래서 오히려 마취적인 역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SNL코리아>가 클라라를 크루에 합류시킨 것에 이어 유희열이 ‘위캔드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된 데는 그래서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클라라야 지금 가장 핫한 야한 이미지로 떠오른 인물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희열은 어떨까. 그는 특별히 현실적인 이슈에 대해 그다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던 인물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자리를 잡기 전에 그 시간대 음악프로그램의 MC가 윤도현에서 이하나로 넘어가던 시절의 잡음들을 떠올려 보라. 유희열은 현실적인 이슈 바깥에 존재하면서도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매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러니 이 뜨거운 ‘위캔드 업데이트’의 자리를 적절히 식혀주고 그 방향을 19금쪽으로 틀어놓는 데 그만한 인물이 없는 셈이다.
사실 유희열이나 클라라는 잘못된 것이 없다. 그들은 <SNL코리아>가 원하는 새로운 방향성에 의해 새롭게 투입되어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줄 뿐이다. 다만 이들의 투입으로 보여지는 <SNL코리아>에서 점점 실종되어가는 날선 시사풍자 코미디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대체 무엇이 잘 나가던 <SNL코리아>에 이런 급격한 변화를 만든 것일까. 실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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