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가족 프로그램, 문제는 없나
연예인 가족에게 방송은 특권인가.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 가수지망생들에게 방송 출연의 기회는 실로 대단한 기회가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오래도록 버스킹으로 생활해온 이들이 어떻게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방송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연기지망생들은 어떻게든 방송에 나가기 위해 무수한 오디션에 지원하는 고단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고, 개그맨들도 연극무대를 전전하면서 공채 오디션의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 나서야 비로소 방송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하지만 이런 힘겨운 과정과는 전혀 상관없이 손쉽게 방송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고 인기를 얻고 심지어 광고까지 찍으며 연예인의 길에 들어서는 이들도 있다. 바로 연예인 가족이다. 물론 부모에 이어 연예인의 길을 걷는 이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부모의 영향력으로 연예계에 들어왔다기보다는, 자력으로 각자 위치에서 영역을 만든 이후에 그의 부모가 연예인이었다는 것이 후에 알려지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고 최무룡씨의 아들 최민수, 고 허장강씨의 아들 허준호 같은 연기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부모를 숨기려 노력했다. 김용건의 아들 하정우의 경우는 아예 이름을 바꿔 아버지의 아우라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다. 그것이 자신만의 영역을 오히려 확고히 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과거에도 가끔씩 연예인들이 가족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나오긴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고정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특집 프로그램식의 일회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른바 연예인 가족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면서 연예인과 그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방송에 함께 나오게 되었고 자녀들은 부모의 아우라 안에서 방송 이미지를 손쉽게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붕어빵>에서 주목받은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은 이후 독자적인 탤런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예능에서부터 드라마까지 전방위로 활동하는 연예인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박찬민 아나운서의 딸 박민하 역시 드라마 <야왕>에서 확실한 연기력을 선보였고, 영화 <감기>에서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냄으로써 ‘천재 아역배우’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자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연예인인 아빠와 그들의 자녀 모두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면 윤민수의 아들로 나온 윤후가 이제는 거꾸로 윤후의 아빠 윤민수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연예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준 연예인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미 몇 차례의 광고 촬영이 그것을 말해준다.
<아빠 어디가>의 사례처럼 연예인이 가족과 함께 출연하는 경우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진다. 즉 해당 연예인의 가족적인 이미지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연예인의 가족도 연예인화될 정도의 이미지가 생겨난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연예계에서는 연예인 누구의 동생, 오빠, 언니 사진 등이 심심찮게 공개되며 “우월한 유전자”니 “미모가 오히려 낫다”는 식의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물론 이것은 호사가들의 수다일 수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연예인들이 부지불식간에 갖게 된 방송 권력의 가족적인 확장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하긴 방송에 나와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는 것이 좋기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부터 알게 모르게 소비되는 아이의 사생활은 그 자체로 현실 생활을 곤란하게 만들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때로는 비뚤어진 팬심이 아이들에게도 악플이나 심지어 안티카페 같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이끌려 방송에 소비되게 될 때 아이들이 자칫 원치 않는 연예인의 삶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방송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연예인 가족에게 방송이 하나의 특권처럼 부여되는 것을 당연시하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여겨진다. 국민대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는 최근 <방송작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런 흐름을 ‘이미지권력의 세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른 영역에서는 사회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권력의 세습이 연예인들에 한해서는 시청률 확보라는 가치로 정당화하면서 아무런 제한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연예인 가족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한 번쯤 곱씹어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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