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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예체능', 최인선 리더십이 묻는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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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선 감독이 말하는 <우리동네 예체능>

 

덕장이라는 표현이 아마도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현재 <우리동네 예체능>의 농구팀을 이끌고 있는 최인선 감독은 유독 을 강조했다. 한두 명 잘 하는 친구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팀 전체가 다 같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경기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물론 이기려는 경기를 해야 하지만 너무 거기에 집착하다보면 더 큰 걸 놓치게 되요. 한두 번 당장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죠.” 즉 모두가 자기 역할을 하게 되고 만족스런 경기를 해냈을 때 승리는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실제로 이번 <우리동네 예체능>의 농구팀은 실력 편차가 크다. 줄리엔 강이나 서지석, 김혁이 에이스 중에 에이스라면, 부상으로 주춤한 최강창민이나 아예 농구공을 잡아 본 경험이 별로 없던 강호동은 말 그대로 구멍이다. 아마추어의 강호인 창원팀을 만나 1쿼터에 무려 170이라는 스코어를 내줬을 때 최인선 감독은 골고루 선수들을 뛰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남겼다. “가비지타임이라 그러죠. 이미 패했어요. 그걸 그냥 버리면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 거죠....기량이 약하다고 해서 그걸 무시하면 농구 경기가 짝짝이가 되요.”

 

기량이 약한 선수를 무시하면 팀은 균형을 잃는다는 것. 이것은 최인선 감독이 말하는 팀스포츠 농구에 대한 철학이다. 그가 말하듯 농구는 기록만 갖고 선수를 평가했을 때 큰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기록 바깥에서 열심히 뛰어주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기록을 내는 선수들도 있다는 것이다. 최인선 감독의 이 말은 농구라는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 울림을 준다. 우리 사회를 하나의 팀으로 생각해보라. 세계 몇 위의 경제를 수치적으로 자랑하며 몇몇 대기업들의 위상을 말하곤 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수많은 노동자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우리사회는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가.

 

최인선 감독의 농구 철학이 단지 농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또 다른 대목은 그가 강조하는 로컬에 대한 애정이다. 즉 그는 과거 농구대잔치가 농구 붐을 만들었던 이유가 우리 식의 농구와 우리 식의 팬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식축구가 미국에서만 하지 다른 나라에서는 안하잖아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인기가 있다는 겁니다. 즉 농구도 꼭 해외랑 겨루려고 할 게 아니라 우리 식으로 재밌게 하면 되는 거죠.” 해외 용병들이 들어오면서 몇몇 용병들의 기량에 따라 성패가 좌지우지되면서 다른 선수들이 전부 가려졌다고도 했다. “그런 용병들은 사실은 팀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죠.”

 

최인선 감독이 말하는 로컬은 90년대 우리네 사회가 온통 글로벌로 들썩거리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세계화가 화두였던 그 시절, 결국 우리가 놓쳤던 것은 로컬이 가진 가능성들이 아니었던가. 결국 세계화의 끝자락에 IMF라는 철퇴를 맞았던 것처럼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최인선 감독은 그래서 지금이라도 우리 식의 농구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변했다. 실로 우리가 굳이 NBA를 따라갈 필요는 없을 게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슬램덩크가 아니라 어쩌면 슛도사슛쟁이가 아닐까.

 

최인선 감독의 이 로컬은 그래서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생각이다. 생활체육이 살아야 스포츠가 살아난다고 말하는 그는 <우리동네 예체능>이 보여주는 건강한 로컬 스포츠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로 스포츠라고 하면 늘 거대한 국가 스포츠로만 생각하던 우리에게 이 프로그램은 우리동네라는 일상 속의 스포츠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국가 스포츠가 오로지 승패와 메달 수와 순위에만 집착한다면 우리동네의 스포츠는 함께 하는 팀워크나 그를 통한 배려 같은 스포츠 이상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최인선 감독의 리더십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하나의 대안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안녕들 하십니까운동이 보여주고 있는 안녕하지 못한 사회는 어쩌면 팀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잘못된 팀 운용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오로지 선진국에 대한 열등감으로 국가경제 몇 위의 순위에만 집착하면서 정작 로컬을 챙기지 못하는 잘못된 국가 운용에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한 건 어쩌면 최인선 감독 같은 덕장의 리더십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