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진짜사나이', 역시 생활관과 일반병사가 해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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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역시 생활관과 일반병사가 해법

D.H.Jung 2013. 12. 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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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군대가 아닌 군인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

 

배달의 기수가 된 샘 해밍턴.’ <진짜사나이> 백골부대 GOP편에서 샘 해밍턴이 GOP 근무를 서는 병사들에게 따뜻한 꿀물을 배달하기 위해 살인적인 경사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에 쓰인 배달의 기수라는 자막에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고충과 위트가 동시에 묻어난다. 항간에는 군 홍보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시선에 의해 <배달의 기수>라는 비아냥 섞인 말까지 나왔었다. 배달의 기수라는 의미를 샘 해밍턴이 꿀물 배달하는 장면으로 뒤틀어 위트 있는 웃음을 주었던 것.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여기에는 <진짜사나이>만의 고충이 들어가 있다. 어쨌든 군 부대가 소재가 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그 군대를 소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예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군 홍보에 대한 대중들의 관점은 민감하다. 남북 대치상황의 긴장감이 때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었다는 것을 대중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사나이> 해군편에서 NLL 관련 장면들이 나오면서 생겨난 비판적인 시선들은 바로 그런 정서에서 비롯된다.

 

<푸른거탑>이나 레밀리터리블같은 군대 소재 콘텐츠들이 화제가 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군 소재는 분명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어떤 것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굉장히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관건이 된다는 점이다. 지난 해군편이 부진했던 것은 단순히 NLL 관련 정치적인 논란 때문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일련의 육군부대들을 다뤘던 콘텐츠 속에 담겨져 있는 호감 가는 정서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다시 육군으로 돌아온 백골부대 GOP편이 해군편과 비교되는 지점은 생활관 장면이 주는 정서다. 매일 몇 차례씩 공포의 까치계단과 독수리계단을 오르내리는 고행을 해야 하고 끝없이 내리는 눈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병사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생활관의 모습은 <진짜사나이>의 핵심적인 재미가 거기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래를 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생활관의 풍경과 그 속에서 짓궂은 선임들에게 활력소 같은 웃음을 전해주는 김형환 이병의 어리버리함은 대표적인 사례다.

 

신병으로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할 수밖에 없는 김형환 이병이 한때 트로트 앨범을 내기도 했던 김정준 상병의 노래를 듣고 눈치 없는 평가를 냈다가 쩔쩔매는 장면은 아마도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아니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구축함이 바다를 달리고 헬기가 날아오르는, 마치 적과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블록버스터급 훈련보다 더 대중들을 주목시키는 건 거기서 살아가는 우리네 아들이자 동생이자 오빠인 군인들의 애환이다.

 

따라서 <진짜사나이>가 집중해야 하는 건 군대 그 자체보다는 한 사람으로서의 군인이 될 것이다. 군대가 중심이 서게 되면 말 그대로 배달의 기수가 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오가는 군인들의 이야기가 중심에 서게 되면 샘 해밍턴이 동료 병사를 위해 순례자(?)가 되어 꿀물을 날라주는 그런 따뜻한 의미에서의 배달의 기수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번 백골부대 GOP편이 집중적으로 생활관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정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군대라는 소재는 자칫 스펙터클이 될 수 있다. 군대의 위용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급의 화려한 장면들은 물론 방송에 참여한 해당 부대의 욕구일 수 있지만 그 부대에 대한 스펙터클이 대중들의 박수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소소히 살아가는 군인들의 이야기가 훈훈하게 살아날 때 대중들은 더 공감하게 될 것이다. <진짜사나이> 백골부대 GOP편은 그 가능성을 다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