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엔젤아이즈'의 급부상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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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아이즈'의 급부상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D.H.Jung 2014. 4. 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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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아이즈>, 세월호 참사를 환기시키는 이유

 

SBS 주말드라마 <엔젤아이즈>의 첫 회 시청률은 6.3%(닐슨)로 미미했다. 하지만 일주일마다 <엔젤아이즈>2%씩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다음주 8.8%를 기록한데 이어 그 다음 주에는 무려 11%를 넘어섰다. 3주만에 두 배 가까이 시청률이 급상승한 것. 도대체 <엔젤아이즈>의 그 무엇이 이런 급부상을 만들어냈을까.

 

'엔젤아이즈(사진출처:SBS)'

처음 시청률이 미미했던 건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SBS 주말드라마 자체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기도 했다. 주중드라마는 SBS가 단연 선두를 이끌고 있지만 주말드라마는 KBSMBC에 밀려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결국 SBS 주말드라마는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막장 없는 착한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가족드라마 틀을 과감히 벗어나겠다는 것.

 

<엔젤아이즈>는 주말드라마 답지 않게 본격 멜로에 119 구급대원, 의사가 등장하는 장르물적 성격을 접목했다. 시작부터 보여준 터널 사고 장면은 블록버스터의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의 핵심이 주말드라마로서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멜로에 초점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엔젤아이즈>는 장르물적 성격을 떼어놓고 보면 <겨울연가>의 이야기구조를 거의 그대로 갖고 있다.

 

어린 시절의 첫 사랑이 있고, 엇갈린 운명에 의해 헤어지고 12년 후 다시 만나 과거 추억의 장소를 더듬으며 그 때의 사랑을 되새기는 시퀀스들이 그렇다. 결국 남녀는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지만 12년이라는 공백이 만들어낸 두 사람의 다른 상황은 이들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어린 시절 겪은 사건들 배후에는 이들 부모들의 숨겨진 비밀이 놓여져 있어 이들의 비극적인 사랑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겨울연가>의 이야기구조에도 불구하고 <엔젤아이즈>는 여기에 현재의 트렌디한 드라마적 설정들과 새로운 주제의식 등을 덧붙임으로써 훨씬 풍부한 드라마로 만들었다. 거기에는 119 구급대원과 의사라는 직업의 디테일들이 에피소드로 들어가면서 만들어내는 전문직 장르 드라마적인 세련됨이 있고, 이들 직업들이 그려내는 휴머니즘이 이 드라마를 그저 사적인 멜로에 머물지 않게 한다는 점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동주(이상윤)의 어머니 유정화(김여진)는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가족애 그 이상의 휴머니즘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그녀는 사고로 눈이 먼 어린 수완(남지현)을 가족처럼 끌어안고 결국 그녀에게 눈을 주고 저 세상으로 떠난 인물이다. 가족과 멜로를 뛰어넘는 이러한 휴머니즘은 드라마를 사적인 이야기가 아닌 사회적인 공감으로 이끌어낸다. 한편 수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유정화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동주를 자식처럼 키워내는 수완의 아버지 윤재범(정진영)도 복합적인 인물이다. 사적인 선택과 공적인 죄책감이 뒤섞인.

 

이처럼 <엔젤아이즈>는 평범할 수 있는 사적인 멜로의 틀을 소방관과 의사라는 직업적인 영역을 투영시켜 사회적 멜로로 확장시킨다. 아마도 소방관과 응급실 의사라는 위급상황이 주는 인물들의 절절함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희구하게 된 생명에 대한 포기 없는 노력을 새삼 떠올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먼저 간 유정화의 묘소 앞에서 그녀가 주고 간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처음 대면하며 한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수완의 모습은 타인이라도 가족처럼 눈물 흘리게 되는 이번 참사의 아픔을 환기시킨다.

 

<엔젤아이즈>라는 드라마 한 편이 이 거대한 비극을 온전히 위로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가 전해주는 타인에 대한 휴머니즘과 확장된 가족애는 이번 비극을 남 일이 아닌 내 일로 여기게 해주기도 한다. 누군가의 고귀한 죽음은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의 눈을 뜨게 만들어준다. 그 눈은 이제 죽음의 진실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헛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