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들’이 떠올리는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운 아이들
아이들은 착하게도 끝까지 어른들의 통제에 따랐다. 하지만 그 어른들은 심장 따위는 없는 ‘얼음들’ 같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을 희생시켰다는 죄책감과 부채의식 때문인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지켜내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을 아프게도 떠올리게 만든다.
'악동뮤지션(사진출처:YG엔터테인먼트)'
<표적> 같은 영화를 봐도 먼저 비리로 얼룩진 무능한 ‘공권력’이 떠오르고, <엔젤아이즈> 같은 드라마를 보며 남녀 주인공의 멜로에 빠져들다가도 119소방대원들이 마주하는 긴급 재난과 응급 상황들에 덜컥 마음 한 구석이 내려앉는다.
<쓰리데이즈> 같은 스릴러 장르 드라마에서도 먼저 보이는 건 ‘책임지는’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심장이 뛴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보여준 ‘모세의 기적’에서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유독 안타까웠던 ‘골든타임’이 떠오른다. 지금 이 땅의 어른들의 마음이 모두 이렇지 않을까. 일상을 살면서 겪는 모든 일들이 세월호와 거기서 희생된 아이들에 멈춰 있다.
이런 와중에 맞는 어린이날이니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유독 간절할 수밖에 없다. 무심코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악동뮤지션의 ‘얼음들’이라는 노래가 마음 한 구석을 후벼 파는 건 그래서일 게다. 물론 세월호 참사 이전에 발표된 이 곡을 세월호 참사와 관계 지어 이야기한다는 건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우연히 벌어진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토록 많은 사건 사고들 속에서도 여전히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변화하지도 않았던 어른들의 예고된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악동뮤지션이 어른들을 ‘얼음들’에 빗대 ‘왜 그렇게 차가울까’라고 질문하는 그 속에는 이미 변하지 않던 어른들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셈이다.
아이들조차 따뜻한 생명으로 보기보다는 차가운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도 저 혼자 살아남겠다고 탈출한 선장과 일등항해사 같은 ‘얼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저 학교에서도 오로지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식의 입시지옥 속에 아이들을 밀어 넣고 있지 않았던가. 아이들은 ‘얼음들’이 만들어낸 경쟁체제의 시스템 속에서 늘 관리대상이었지 따뜻한 생명의 존재들이 아니었다.
‘얼음들이 녹아지면 조금 더 따뜻한 노래가 나올 텐데. 얼음들은 왜 그렇게 차가울까. 차가울까요.’ 악동뮤지션이 아이의 순수한 목소리로 ‘얼음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심지어 준엄하게까지 다가온다. 배가 침몰하는 그 순간까지 천진함을 잃지 않았던 아이들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선생님을 걱정하던 그 목소리는 더 쟁쟁하게 귓전에 울린다. 아이들은 그 때조차도 끝까지 어른들을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을 위한 온전한 세상이어야 할 날. 그러나 ‘얼음들’의 중대한 과오를 눈앞에서 목도한 지금은 우연히 듣는 노래 한 자락마저 어른들을 비통하게 만든다. 어른들이 서둘러 도망치는 순간 한 아이는 두려워하는 친구를 위해 구명조끼를 벗어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전해준 그 인간적인 따뜻함이 제발 ‘얼음들’을 녹여주기를. 유독 슬픈 어린이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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