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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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박지선과 오나미, 이젠 외모개그 넘어설 때

D.H.Jung 2014. 7. 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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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들의 다양한 변신, 오나미와 박지선에게 필요한 건

 

<개그콘서트>의 개그우먼들들이 자신의 외모를 무기로 개그를 선보일 때마다 외모 비하논란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정도는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만큼 외모 개그가 일반화되었고 무수히 반복되면서 둔감해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외모로 웃기는 것 또한 개그의 한 부분이라고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김준현이 뚱뚱한 몸 하나로 무대에서 빵빵 터트리더니 CF계의 떠오르는 별이 된 것처럼 외모개그는 폄하될 것이 아니라 제대로만 살려낸다면 오히려 편견을 깨고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다. 김준현이 하고 있는 큰 세계같은 코너는 단적인 예다. <신세계>를 패러디한 큰 세계는 뚱뚱해야 보스로 인정받는다는 역발상으로 웃음을 주는 코너다. 이 코너를 보다보면 지나친 다이어트 열풍에 대한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

 

이 코너는 외모 비하의 차원을 넘어서서 오히려 당당하게 뚱뚱한 몸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가 뚱뚱한 사람을 돼지라고 부르며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당부분 없애주기도 한다. 김준현이나 유민상 같은 뚱뚱한 몸을 내세우는 개그맨들은 그것을 긍정적으로 전화시키는 개그를 통해 이른바 돼지 캐릭터도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김준현을 똑똑한 돼지라 부르고 유민상을 여유로운 돼지라 부르는 건 그런 이유다.

 

외모 개그에 있어서 특히 비판의 대상이 유독 많이 됐던 건 개그우먼들이다. 여성이라는 입장이 우선 외모 지적이나 비하에 대해 반감을 갖게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개그우먼들이 툭하면 외모로 웃기려는 경향이 비판의 이유가 됐다. 하지만 최근 서수민 PD에 이어 김상미 PD로 여성 PD들이 <개그콘서트>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개그우먼들의 캐릭터도 다양해졌다.

 

사건의 전말쉰 밀회로 독특한 개그영역을 만들어내는 김지민이 그렇고, ‘두근두근같은 코너로 멜로 개그를 선보인 장효인이 그렇다. ‘선배, 선배!’의 이수지나 끝사랑의 김영희는 물론 외모 개그가 바탕에 깔려 있지만 그것만이라고 볼 수 없는 캐릭터의 재미가 묻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수지는 황해에서 보이스피싱 연기로 주목을 받은 바 있고 김영희는 두분토론으로 여성의 입장을 대변한 바 있는 개그우먼이다.

 

그런데 이렇게 달라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개그우먼들 속에서 너무 한 가지 모습으로만 갇혀 있는 두 개그우먼들이 있다. 바로 박지선과 오나미다. ‘우리동네 청문회에 출연하는 박지선은 스스로를 진상 박지선이라고 소개하며 외모 비하 개그를 보여준다. “속였잖아요. 저 그 말만 믿고 진짜 베란다에서 비키니 입고 선탠 하다가 주민신고 당했잖아요. 비키니 입고 경찰서에서 조서 썼잖아요.” “속였잖아요. 그 앞집총각 나랑 눈 마주치자마자 바로 이사 갔잖아요. 남자 없잖아요. 남자.” 이런 개그 속에는 못 생긴 얼굴이라는 닳고 닳은 박지선의 단골 개그 소재가 무한 반복된다.

 

이런 사정은 오나미도 마찬가지다. ‘억수르에 나미다라는 캐릭터로 등장한 그녀는 과장된 포즈를 취하고 애써 눈을 찡긋 대는 모습으로 웃음을 만들려한다. 그 외모개그에는 스스로 못생긴 얼굴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바닷가에 갔는데 안전요원이 비키니를 못 입게 하는 거야. 이제는 집에서만 비키니 입을게.”하고 오나미가 말하자 억수르가 바다 사줄게.”라고 한다거나, 김기열에게 인사하는 척 하면서 자기 다리를 봤다며 너도 남자구나. 오케이 콜. . 대놓고 봐. 안구정화해. 힐링시켜. 봐 봐 봐.”하는 대사 역시 이제는 좀 식상하게 다가온다.

 

물론 외모개그도 개그의 한 소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외모만을 캐릭터화해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개그는 이제 과거만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지 않다. 이것은 박지선이나 오나미처럼 개그에 더 많은 장점을 가진 개그우먼들에게 마치 족쇄 같은 느낌마저 준다. 이제는 그것을 과감히 뛰어넘어야 할 때다. 물론 그것이 그녀들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완전히 벗어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탕 위에서 무언가 새롭게 외모에 대한 편견 자체를 깨버릴 수 있는 그런 캐릭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훌륭한 개그우먼들이 단지 외모만이 아니라 다양한 끼와 재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코너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