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의 논란, 정상회담의 화기애애보다 낫다
“KBS 아나운서 합격을 못했어도 YTN의 손석희가 되면 되는 거였다.” <비정상회담>에서 전현무는 굳이 손석희의 이름 석 자를 꺼냈다. 손석희와의 비교점을 만든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했던 발언이었다. 하지만 전현무가 그런 얘기까지 꺼낸 목적은 단 하나였다. 웃기겠다는 것. 벨기에 전현무 줄리안의 평가처럼 그는 늘 웃기려고 노력한다.
본래 비호감의 이미지를 캐릭터로 갖고 있는 전현무지만 최근 <히든싱어> 등을 진행하면서 훨씬 이미지가 나아졌던 전현무였다. 그것은 아나운서에서 프리로 선언해 이제는 예능인으로 인식되는 지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생겨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뭔가 반듯해야할 아나운서로서의 전현무는 호감과 비호감의 극과 극으로 나뉘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예능인으로서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즐거움을 주는 일) 입장으로 그 요구되는 이미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을 하면서 전현무에 대한 논란은 또 불거져 나왔다.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첫 방송 시청률 3%가 넘으면 샘 오취리 분장을 하겠다”는 발언은 흑인 희화화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지난 회 방송 중에 나왔던 미국 출신 타일러 라쉬에게 한 “미국 사람이 키가 제일 작다”거나 “그래서 머리가 얼마 없나” 등의 발언은 인신공격성 비하 발언으로 지탄받았다.
<비정상회담>은 여러 나라를 대표(?)하는 출연자들이 나오기 때문에 사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건 맞다. 따라서 전현무의 거침없는 발언은 때론 생각 없는 발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하나의 발언들을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정상회담>이라는 토크쇼는 너무나 밋밋하고 재미없는데다 별 의미도 없는 예능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즉 전현무가 아니라도 이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출연자들이나 유세윤 같은 MC가 던지는 말이나 행동에서는 아슬아슬한 면이 많다. 이를테면 군인이 꿈이었다는 중국 출신 장위안에게 유세윤이 “전쟁하려고?”하고 묻는 장면이 그렇다. 그것은 달리 들으면 중국에 대한 비하이고 군인에 대한 비하로 들릴 수 있다. 심지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놓여진 국가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대목에서는 심지어 보기 불편한 느낌마저 준다.
또 터키 출신의 에네스 카야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보수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인물로 지난 방송에 나왔던 ‘혼전 동거’에서 그렇게 하면 자기 나라에서는 “죽는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 보수적인 입장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 그냥 듣다보면 여성 비하 발언처럼 들릴 수 있다. 즉 <비정상회담>의 발언들은 그것이 마치 출연자들의 출신국을 대표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때문에 삐딱하게 들으면 모두 논란의 소지를 안을 수 있다.
즉 전현무에게 줄리안이 “슬랩스틱같이 표정으로 웃기려고 한다”고 말했을 때 전현무가 “이게 코리안 유머다”라고 응수하는 대목에 대해서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한국의 유머를 대표하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전현무는 프로그램을 이끌고 나가는 MC기 때문에 특히 발언에 있어서 조심해야 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좀 더 자유분방하게 아무런 얘기든 툭툭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것도 서슴없이 먼저 꺼내놓는 것도 MC의 역할일 수 있다. 많이 떨궈냈다고는 해도 여전히 그가 갖고 있는 비호감 캐릭터의 이미지가 논란을 가중시키는 면이 있지만 전현무의 발언은 어떤 면에서는 <비정상회담> 같은 토크쇼에 꼭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
‘정상회담’ 같은 공식적인 자리라면 말 그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의례적으로 연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제목처럼 ‘정상회담’의 ‘화기애애한 겉치레’를 추구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의 불편한 관계는 정상회담에서라면 웃는 얼굴로 포장되기 마련이지만 <비정상회담>에서는 솔직하게 그 속내를 드러내고 인간적으로는 친한 감정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소통의 물꼬를 가능하게 만든다.
<비정상회담>이 만들어내는 논란은 그런 점에서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통과제의가 아닐 수 없다. 비하처럼 보이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를 만들지만, 동시에 그것이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당사자들이 비하로 전혀 느끼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어쩌면 <비정상회담>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할 것이다. 너무나 친해져서 피부색이든 나라든 언어든 구별의 시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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