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또다시 음악의 마법을 증명하다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는 무대에서 노래를 한다는 기분은 어떨까. 그런 노래에 누군가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해준다면? 영화 <비긴 어게인>의 시작은 마치 <슈퍼스타K>의 한 장면처럼 압축적이면서도 인상적이다. 그냥 들려주는 노래보다,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어떤 일을 겪었고 또 그 감정 상태가 어떤가를 보여준 후에 들려주는 노래는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 영화 <비긴 어게인>'
<비긴 어게인>은 <원스>로 음악의 특별한 힘을 보여줬던 존 카니 감독이 7년 만에 다시 들고 온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다. 한 때는 잘 나갔으나 지금은 루저 취급을 받는 음반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과, 스타가 된 남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싱어 송 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뉴욕에서 만나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영화는 <원스>가 그랬던 것처럼 대단히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는다. 대신 음악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대단히 감성적으로 포착해냄으로써 보는 이들 역시 그 마법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원스>가 버스킹과 즉흥적인 음악의 묘미를 포착해냈다면 <비긴 어게인>은 라이브 음악이 주는 다양한 감성들을 끄집어내 보여준다.
돈이 없어 음반을 녹음할 스튜디오를 찾지 못한 댄과 그레타는 뉴욕의 거리 곳곳에서 녹음을 강행한다. 그러자 그저 일상으로 지나칠 때는 소음에 지나지 않던 무수한 소리들이 특별한 소리로 다가온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사람이 울리는 '찌르릉'하는 벨소리나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 지나가는 지하철의 굉음까지도 음악의 생생함과 현장감을 되살려주는 것. 이것은 스튜디오 녹음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다름 아닌 라이브만의 즐거움이다.
댄이 영화 속에서 말하듯 음악은 실로 아무 것도 아닌 일상조차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길거리를 걸으면 그간 그저 걸어 다니던 그 거리가 달리 보이는 것처럼 음악의 마법은 일상에 감성을 더해준다. 이것은 <비긴 어게인>을 보는 관객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마법이다.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음악 있는 삶의 놀라움을 경험하게 해준다. 다양성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00만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잡아 끈 흥행돌풍의 힘은 아마도 바로 이 음악의 마법일 것이다.
영화는 또한 최근 변해가는 음악 산업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튜디오에서 녹음되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치부되던 음악 산업은 언젠가부터 일상으로 점점 내려오고 있다. 이제 음악은 소음과 현장음이 들어가도 그 감흥을 그대로 잡아내는 일상 속에서 탄생해 제작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음원시장으로 직행한다. 댄과 그레타가 마치 일상에서 놀이하듯 만들어낸 음악들은 그렇게 작금의 달라지고 있는 현실을 그려낸다.
스튜디오에 감금 되었던 음악은 일상으로 나와 이제 그 스토리와 함께 힘을 발휘한다. 일상 자체가 스토리가 아닌가. <비긴 어게인>은 그래서 작금의 음악산업이 영화 같은 콘텐츠와 만나 새롭게 진화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나온 우리들은 거기서 들었던 음악들을 음원차트에서 찾아 듣게 되었다. <비긴 어게인>의 OST들이 그런 것처럼.
음악이 발휘하는 힘이 그러하듯이, 만일 일상이 권태롭고 무료하게 여겨진다면 <비긴 어게인>은 그 일상을 음악을 통해 달리 보게 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봤던 그 키이라 나이틀리가 속삭이듯 부르는 노래가 우리를 깨워줄 것이고, 음원의 목소리로만 듣던 마룬 파이브의 애덤 리바인의 일상적인 모습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음악은 분명 마법적인 힘을 가졌다는 걸 이 영화는 증명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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