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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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칸타빌레', 심은경에게 왜 힘겨운 도전일까

D.H.Jung 2014. 10. 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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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변환이 중요한 리메이크, <내일도 칸타빌레>?

 

<노다메 칸타빌레>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KBS <내일도 칸타빌레>는 무거운 족쇄다. 리메이크의 효용가치는 결국 이미 성공한 원작의 힘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무언가 기발한 소재였거나, 아니면 아이디어가 좋거나, 구성이 탄탄하고 또 캐릭터가 톡톡 튄다든가 하는 점들이 일단 매력적이라면 리메이크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내일도 칸타빌레(사진출처:KBS)'

하지만 리메이크의 한계는 또한 바로 그 원작에서 나온다. 이미 원작이 너무 많이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어 새로 한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내일도 칸타빌레>가 딱 그렇다. 일드 마니아가 아니라도 이미 <노다메 칸타빌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드 열풍의 최전선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고, 심지어 국내에는 방영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비평까지 나왔던 작품이 바로 <노다메 칸타빌레>.

 

성공작을 가져오는 것이 리메이크의 관건이지만, 그 성공작이 세대나 혹은 국가적 장벽에 의해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덜 알려져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 리메이크작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지금껏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진 리메이크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인 <하얀거탑>이나 <직장의 신> 같은 작품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작품은 아니었다.

 

여기에 리메이크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 우리 식의 정서를 어떻게 집어넣는가 하는 점이다. 제 아무리 해외에서 성공한 작품이라고 해도 그 정서가 우리와 맞지 않으면 실패하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목격해왔다. <수상한 가정부><여왕의 교실> 같은 작품은 그 이질적인 정서 때문에 우리네 대중들에게는 낯선 드라마로 남았다. 반면 <하얀거탑>이나 <직장의 신>은 우리 식의 서열문화나 비정규직 문제 등을 건드림으로써 마치 리메이크가 아닌 우리네 드라마인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렇다면 <내일도 칸타빌레>는 어떨까. 적어도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 속에서 우리 식의 정서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 만화적인 설정과 연출 그리고 연기는 그래서 이 리메이크의 핵심적인 재미지만, 오히려 너무 과장된 느낌으로 전달될 수 있다. 원작인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 역시 만화적인 캐릭터와 연출, 연기를 가진 작품이지만 이것을 우리네 시청자들도 즐길 수 있었던 건 그것이 일드라는 걸 이미 수긍하고 드라마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일도 칸타빌레>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것은 리메이크라고 해도 주원과 심은경 주연의 우리드라마다. 일본 드라마의 흉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우리가 굳이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이유나 근거가 들어가야 한다. 왜 그 리메이크를 우리의 대중들이 봐야 하는가에 대한 수긍할만한 답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은경의 연기가 너무 과장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 연기력에 대한 비판도 아니고 또 원작인 <노다메 칸타빌레>와의 비교도 아니다. 그것은 심은경이 연기하는 설내일이라는 캐릭터가 지금 우리네 대중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만일 그 캐릭터의 과장이 어떤 의미를 준다면 그것은 과장이 아니라 하나의 표현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떨까. 심은경에게 <내일도 칸타빌레>가 힘겨운 도전이 되는 것은 이 캐릭터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가 잘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의 문제이고 기획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