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세대, 태어나기 전 가수들에 열광하다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은 그 여운이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 방송이 나간 후 각종 음원차트에 10여년이 훌쩍 지난 90년대 가수들의 노래가 시간을 거슬러 재등장했고,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또다시 ‘90년대 복고’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토토가 특집’의 시청률은 무려 20%를 훌쩍 넘어섰고 김태호 PD는 ‘토토가’의 제작과정을 설 특집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현재의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으로 자리한 3040의 감성을 건드린 것이 주효했다는 건 모두가 이해할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 ‘토토가 열풍’에 90년대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10대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이 10대들마저 90년대 가요계로 초대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것은 음악 자체의 힘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과정을 거치던 90년대라는 시점의 음악은 지금 현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그것은 아날로그 정서가 반영되면서도 동시에 디지털적인 세련됨이 함께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노래 한 곡을 듣기 위해 테이프를 돌리고 레코드판을 꺼내 정성스레 올려놓는 그 과정과 준비의 정서가 아직까지 남아있던 시절이 90년대다.
음반시장이 음원시장으로 바뀌면서 음악은 청중들을 준비시키기보다는 즉각적으로 자극하는 어떤 것이 되어갔다. 수천 곡속에서도 누르기만 하면 바로바로 튀어나오는 음원들이 만들어내는 청취의 환경은 음악에 대한 감수성을 바꿔놓았다. 그러니 음악도 ‘달라진 감각’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멜로디보다는 강약에 의한 자극이 우선되었고, 현란해진 무대가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만큼 듣는 귀는 점점 뒤로 물러났다.
복고는 반작용이다. 빠름에 대한 반작용으로 느림을 찾고, 자극에 대한 반작용으로 차분한 정서를 찾는다. 기존 음원 중심의 가요시장의 흐름 속에서 이 잊혀져가는 과거 아날로그 세대의 음악들에 대한 새로운 욕구가 생겨났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대표주자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멜로디 중심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현재의 시간대에 젊은 가수지망생들의 목소리로 재현해냈다.
10대들에게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던 90년대 음악이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건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낸 리메이크가 어떤 학습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실시간 차트에 바로 반영되는 이 리메이크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의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다. 작년 아이유가 낸 일련의 리메이크들이 음원 차트를 오래도록 장악했던 것을 떠올려보라. 또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많은 드라마들이 과거의 음원들을 OST로 차용해 음원차트에 올렸던 사실들을 기억해보라. 10대들에게 90년대 음악은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화된 지 오래다.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이 이런 엄청난 신드롬을 만들어낸 것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고 향수하는 기성세대의 열광에서만 비롯된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대중문화계가 디지털이 가져오지 못하는 아날로그적 감성들을 과거로부터 끄집어내 오기 시작하면서 이미 10대들에게도 예고됐던 일이다. 현재에 부재한 것들을 과거로부터 차용해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려는 욕구. <무한도전> 토토가 신드롬은 그래서 그저 그런 퇴행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를 끌어오지만 지금의 현 세대까지를 끌어안고 앞으로 나가는 새로운 대중문화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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