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무대는 이미 캐스팅과 관객에서 만들어진다
음악은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는 걸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은 보여주었다. 90년대로 시간여행을 훌쩍 떠나게 해준 ‘토토가’는 가수도 관객도 그리고 시청자들까지도 노래 하나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터보, 김현정, SES에 이어 쿨, 소찬휘, 지누션, 조성모, 이정현, 엄정화, 김건모까지 이름만 들어도 과거의 추억이 떠오르는 가수들이 오른 무대는 그 캐스팅만으로도 성공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심지어 과거의 백댄서들까지 똑같이 출연해 재연해 내는 무대는 흥겨우면서도 짠한 독특한 정서를 이끌어냈다.
이번 ‘토토가’ 특집을 보며 먼저 떠오르는 건 올 1월에 다시 시작되는 <나는 가수다3>다. ‘토토가’라는 특집 제목 자체가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와 ‘나는 가수다’를 합쳐 놓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정 부분의 프로그램 형식, 이를테면 긴장감을 안고 방송국을 찾아오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대기실에서의 모습을 끼어 넣는 식의 방식은 ‘토토가’가 <나는 가수다>의 형식을 차용한 것이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는 등장하자마자 예능계에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파괴력을 보였으나 차츰 진행되면서 반복되는 패턴과 고음 지르기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그 힘을 이어가지 못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서바이벌과 대결에만 집중한 결과 <나는 가수다> 특유의 세대 통합적이고 복고적인 아련한 정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즌제 없이 무한 반복된 경연은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하고 좋은 무대들마저 희석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번 <나는 가수다3>가 13부로 시즌을 마치는 시즌제로 기획된 것은 그 때문이다. 최초 라인업된 가수들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고, 그를 통해 한 시즌의 완결된 음악과 무대 이야기를 만들어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가수다3>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이유다.
<나는 가수다3>에 앞서 <무한도전> ‘토토가’가 어떤 열광을 불러 일으켰다는 사실은 그래서 고무적이면서도 무언가 시사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토토가’는 경연방식인 <나는 가수다>와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무대를 통한 관객들과의 소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번 열광의 의미를 되짚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토토가’의 성공이 가수들의 놀라운 가창력에만 있지 않았다는 점은 <나는 가수다3>가 참고해볼만한 지점이다. 물론 가창력은 기본이 되겠지만 거기에만 몰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가수가 무대에 올랐을 때 그 가수를 통해 우리가 어떤 정서를 느끼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토토가’는 90년대 톱가수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현재 나이 들어 버린 가수들이 주는 훈훈한 정서가 가수들의 면면에서부터 이미 관객들을 준비시킨 면이 있다.
게다가 이번 ‘토토가’가 그렇게 훌륭한 아이템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가수만큼 대단했던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무대는 가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열광적인 관객들은 열광적인 무대를 완성시킨다. 가수들은 관객들의 반응만으로도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즉 ‘토토가’는 가수의 캐스팅과 거기에 적합하게 맞춤형으로 준비된 관객을 라인업 시키면서 이미 무대를 성공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돌아오는 <나는 가수다3>는 무대를 통해서 성공을 꿈꿔서는 안 된다. 그것보다는 무대에 오르기 전, 가수들의 라인업과 관객을 준비시키는 과정을 통해 이미 성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가수다>의 힘은 무엇보다 ‘음악을 듣기 위해 열려진 관객들의 귀’에서 나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이 보여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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