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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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웃기지 않은 다니엘이 주목받는 까닭

D.H.Jung 2015. 2. 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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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에네스 간 자리 다니엘이 메우나

 

JTBC <비정상회담>에서 사생활 문제로 중도 하차한 에네스 카야는 프로그램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그가 갖고 있는 토론에 불을 지피는 역할은 초창기 <비정상회담>의 확실한 동력이었다. 보수적인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뭐라 반박하기 어려운 그 존재가 빠져나가면서 <비정상회담>이 위기를 맞게 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하지만 그가 빠져나가자 그에게 가려져 있던 <비정상회담>의 다른 출연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샘 오취리야 본래부터 예능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주목되기 어려웠지만 한국말이 어색한 장위안이나 기욤이 점점 토크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여기에 알베르토와 다니엘 그리고 똘똘이 스머프 타일러가 가세하면서 토크의 격을 높였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인물은 단연 독일 대표로 뒤늦게 합류한 다니엘이다. 다니엘은 사실 이 프로그램에서 예능감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누군가를 웃긴다기보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웃음을 빵빵 터트리는 인물에 가깝다. 본인이 웃어버리는 존재는 타인을 웃기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는 뜻밖에도 대단하다. 그것은 그가 보여주는 독일인 특유의 이성적인 태도에서 비롯된다.

 

자국의 세금제도를 얘기하면서 독일의 싱글세가 급여의 50%로 심각하다고 한 다니엘의 말은 즉각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싱글세 논란은 이미 국내에서도 벌어졌던 사안이다. 싱글세를 부여하진 않아도 결과적으로는 싱글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어 있는 세제 시스템에 대해 국내의 많은 혼자 살아가는 이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니엘은 결과적으로 이런 정책이 결혼과 출산률이 낮은 사회문제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일 수 있다는 걸 말해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다니엘의 존재감이 가장 빛났던 것은 히틀러에 대해 그가 얘기할 때였다. 그는 잘 몰라서 그런 거 같은데 가끔 히틀러가 멋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택시에서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독일 사람으로서 내리고 싶다. 독일에서 그런 말을 하면 잡혀간다. 히틀러는 정말 악마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솔직하게 “1차 대전은 독일이 잘못했다고 자국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거기 앉아있는 출연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장위안은 방금 다니엘이 한 말 중 감동받은 게 있다. 그냥 자연스럽게 제1차 세계대전은 독일이 잘못한 거라고 하는 걸 들었다. 나중에 우리 아시아도 유럽연합처럼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정상회담>을 하기 전엔 마음이 닫혀있었는데 방송을 통해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열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니엘은 토크 방식은 확실히 에네스와는 다르다. 에네스가 상당히 공격적이라면 다니엘은 모든 걸 포용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그 속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때로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소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에네스만큼의 위트나 유머를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어찌 보면 바로 그 점 때문에 다니엘에 대한 호감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결국 <비정상회담>이란 프로그램의 힘은 각자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타국과 비교해보고 또 어떤 사안에 대해 이성적인 토론을 해보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비정상회담>이 예능이 흔히 하는 웃음과 재미만을 추구하는 토크쇼로 흘러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비정상회담>의 핵심은 이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웃기지 않고 때로는 지나치게 진지해 보이는 다니엘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는 웃기지 않아서 또 예능감이 없어서 오히려 주목받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