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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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왜 정작 유재석 김구라는 잘 안보였을까

D.H.Jung 2015. 4. 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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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에서 유재석 김구라의 역할은 뭘까

 

유재석과 김구라가 함께 한다는 건 SBS 파일럿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가 가진 가장 큰 이슈였다. 유재석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지만 김구라와 합을 맞춘다는 건 더 큰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동상이몽(사진출처:SBS)'

이러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미 그들도 알고 있다는 듯, 유재석과 김구라는 오프닝에서부터 서로에게 달라져야 한다고 직설을 내놓았다. 김구라는 유재석에게 박명수, 하하를 버리라고 했고, 유재석 역시 김구라도 이제 바뀌어야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방송에 들어가면서 유재석과 김구라가 왜 이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지는 점점 애매해졌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사연을 보내온 부모와 자식이 주인공이다. 딸의 화장이 너무 심하다며 걱정하는 엄마와 모두가 다 화장을 하고 다닌다며 그런 엄마가 이해 안되는 딸. 딸과 말다툼이 싫어 메시지로만 대화를 해온 엄마와 얘기를 건네고 싶어도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한다는 딸. 형제지간에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아들과 오히려 그 아들이 형의 공부를 방해하고 있다는 엄마. 이들이 사실상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다.

 

프로그램의 재미는 부모와 자식의 서로 다른 관점으로 찍혀진 관찰카메라를 비교하는 지점에서 나온다. 부모의 관점으로 보면 자식이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식의 관점으로 보면 부모의 문제가 드러난다는 것. 두 번째 사연으로 나왔던 소통 없는 엄마와 딸의 문제는 <동상이몽>의 재미가 어디서 나오는가를 잘 말해준다.

 

엄마의 관점에서 본 관찰카메라는 딸이 그저 방에만 콕 박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하루 종일 파김치가 되도록 밖에서 일하고 들어온 엄마와는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이어서 본 딸의 관점에서 본 관찰카메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실 딸은 계속해서 엄마와 소통하고 싶어 했지만 엄마가 그것을 받아주지 않았던 것. 동생과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엄마의 뒤편에서 딸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런 관점의 차이를 같이 들여다보면서 함께 눈물을 흘리고 공감하는 것은 <동상이몽>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와 의미가 있다는 걸 증명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굳이 스튜디오에 유재석과 김구라를 MC로 세워가며 할 필요가 있었을까. 온전히 사연의 인물들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과 김구라는 거기에 주석을 다는 일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동상이몽>은 관찰카메라 형식을 통해 일종의 해결책을 보여주는 관계 솔루션 프로그램이 그 핵심이다. 사람 간의 관계는 그 안에 있을 때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찰카메라를 통해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관계의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발견할 수 있다. 즉 같은 사안이지만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한 동상이몽의 상황에서 그 관계의 실체를 함께 발견하는 일인 공감을 통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주기 마련이다.

 

<동상이몽>은 같은 사안에 대한 다른 관점의 관찰카메라를 비교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무엇보다 그 이야기가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괜찮은 프로그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형식 속에서 유재석과 김구라의 확실한 역할을 찾아내는 데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동상이몽>은 그 기획적인 포인트가 가진 가치로서 충분히 정규화해도 될 만한 프로그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러려면 좀 더 유재석과 김구라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