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와는 다른 <매드맥스>의 입소문 질주
79년도에 상영되어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끌어냈던 멜 깁슨의 <매드맥스>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훨씬 다이내믹한 카메라 기술과 CG로 총무장해 다시 돌아온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더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의 <매드맥스>가 사막과 펑키한 폭주족들 그리고 헤비메탈한 스타일을 엮어낸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환호 받았다면 돌아온 <매드맥스>는 이것을 심지어 예술적인 영상연출로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영화 <매드맥스>
모래 폭풍 속으로 뛰어 들어가 질주하는 차들을 잡아낸 영상은 마치 초현실주의 예술 작품의 세계 속에 관객이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사람을 ‘피 주머니’라고 부를 정도로 물질화되어 보이는 육체가 터지는 폭탄 위로 날아다니고, 질주하는 자동차 위에서 다른 자동차로 뛰어오르는 장면들은 액션을 넘어선 퍼포먼스로 보인다. 장대 위에 사람을 태워 마치 낚시질하듯 도망치는 여자들을 낚는 장면의 기발함은 이 감독의 상징체계가 얼마나 남다른가를 잘 보여준다.
놀라운 건 영상연출만이 아니다. <매드맥스> 특유의 의상과 헤비메탈 스타일은 하나하나가 캐릭터처럼 보인다. 자동차 앞에 매달려 진군의 헤비메탈 연주를 하는 괴상한 사내가 주는 기묘함은 <매드맥스>만의 독특한 세계를 잘 대변해준다. 온몸에 하얀 칠을 하고 죽음을 구원이라 부르며 전쟁 속으로 뛰어드는 워보이들이나, 자유와 희망을 찾아 도주하는 여성들 그리고 그녀를 돕는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 같은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잘 구축된 캐릭터들이다.
무엇보다 맥스보다 더 주목되는 여주인공 퓨리오사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이다. 한쪽 팔이 잘려져 기계 팔을 덧대고 있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존재감은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주인공 맥스는 마치 퓨리오사를 돕는 조력자처럼 보인다. 그것은 이 영화가 폭력에 맞서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퓨리오사는 똑같은 폭력으로 남성적 폭력의 세계에 대항하고 있지만 그녀가 지키는 여성들은 척박한 사막 위에 씨앗을 심으려는 여성성을 상징한다.
사막은 이 영화의 숨겨진 주인공이다. <매드맥스>가 호주라는 공간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 ‘드라이 랜드’라고도 불리는 호주의 특징을 이 영화가 가장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막화가 진행되는 그 곳의 풍경들은 아마도 조지 밀러 감독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사막이라는 텅 빈 공간은 그래서 감독의 손길에 의해 기막힌 스타일의 이야기들이 채워지는 가능성의 스크린이 되었다.
<매드맥스>는 새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어벤져스2>의 수치가 얼마나 무색한 것인가를 확인하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마케팅과 극장의 몰아주기로 탄생한 천만 관객이 영화의 질적 우수함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2시간이 어떻게 훌쩍 지나갔는지 알 수 없는 압도적인 몰입감의 재미에 심지어 예술미까지 느끼게 되는 영상 연출, 그리고 결코 유치하게 보이지 않는 영화적 메시지까지. <매드맥스>의 입소문 질주는 천만 <어벤져스2>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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