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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룰이 깨진 세계, '쇼미더머니'의 공정 사회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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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세상이 공정하다고? 개나 줘버리라지

 

<쇼미더머니>는 막장오디션인가. 이 괴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간 후 하루가 멀다 하고 기자들의 전화를 받는다. 대부분은 이 오디션이 양산하는 논란에 대한 것들이다. 송민호의 여성비하 랩 가사는 물론이고, 힙합을 모독했다는 스눕독 앞에서의 떼거리(?) 미션, 떨어뜨렸다가 붙였다 다시 떨어뜨리는 제 맘대로 심사로 도마에 오른 산이와 버벌진트, 11 랩 배틀에서 이기기 위해 비신사적인 행동도 마다않는 블랙넛 등등.

 


'쇼미더머니4(사진출처:Mnet)'

사실 이런 줄줄이 이어진 논란들을 떠올려 보면 차라리 첫 회부터 등장했던 오디션장에서 블랙넛이 바지를 내리는 장면이나 광고 후에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다음 주로 미루는 식의 시청자에 대한 무배려, 피타입을 힙합 신의 거장이라는 칭호를 붙여서 무대 위에 올려놓고 그가 가사실수로 떨어지자 그 안타까움을 심사위원들의 목소리로 전하면서도 끝까지 그를 쫓아가며 그 황당하고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찍어내는 것 정도는 귀엽게 봐줄만한 것들이었다.

 

심지어 스눕독을 모셔 와 앉혀놓고 마치 좀비들마냥 그의 앞으로 전진하며 서로 마이크를 뺏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논란이 되었을 때, 방송이 보여준 것은 짧은 사과와 함께 다시 이어진 그 볼썽사나운 미션이었다. 그 미션에서는 실력보다 중요한 게 타인을 밟고 오르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마이크를 타인에게 양도한 서출구는 결국 이 지옥 같은 경쟁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출구로 빠져나갔다.

 

<쇼미더머니>는 기존에 우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그 공정한 무대에 대한 판타지를 여지없이 깨버리는 것으로 논란을 양산하고 있고, 그 논란은 화제가 되고 그것은 다시 시청률로 이어지는 지금까지의 오디션 공식과는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욕을 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눈을 돌리기 어렵고, 꽤 불편하지만 그래서 부글부글 끓는 마음 때문에 그 결과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오디션. 막장 드라마를 우리가 볼 때 느끼는 그 감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막장오디션이라는 표현까지 붙었다.

 

그런데 <쇼미더머니>에는 막장드라마와는 다른 면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룰이 깨지는 막장 요소들이 들어가는 것 자체를 하나의 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즉 판정 번복이 일어났을 때 거기에 대한 비판은 대중들에게서만 나오는 반응이 아니다. 즉 송민호도 판정 번복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것 역시 <쇼미더머니>가 쇼 안에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쇼미더머니>는 논란도 만들지만, 그 논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까지도 쇼에 담는다.

 

바로 이 점은 <쇼미더머니>가 막장오디션이라고 비난받을 짓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작은 세계가 혹시 우리가 막연히 공정하다고 말하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의 실상을 조롱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즉 세상은 저 <슈퍼스타K>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장하는 것처럼 순진하게도 공정하지는 않다는 것을 <쇼미더머니>는 리얼리티쇼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힙합을 모독했다는 떼거리 미션은 사실상 우리네 청춘들의 취업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고, 여성비하 랩 가사가 보여준 비윤리성은 지금 현재 인터넷의 음지에서 피어나고 있는 독버섯들이다. 심사의 번복? 애초에 심사 따위는 없고 내정된 자들에게 과정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 입사시험이라는 얘기나 나오는 세상이지 않은가.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든 주목받기 위해서 심지어 바지를 내리거나,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는 건 이미 일상화되어버린 일들이다.

 

물론 그것이 잘한 일이라는 걸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불공정함을 애초에 원천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비뚤어진 사회 시스템이다. <쇼미더머니>가 욕을 먹는 것은 그 잘못된 시스템의 대안으로서 섣부른 판타지를 그리기보다는 불공정한 시스템 그대로의 더러움을 쇼의 차원으로 그려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목적은 시청률이나 화제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쇼미더머니>가 이런 불공정 사회 시스템의 모든 걸 힙합이라는 틀로서 가감 없이 보여주는 퍼포먼스 쇼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가끔씩 이 절절한 길거리의 힙합 청춘들을 통해 이런 섬뜩한 우리네 현실의 이야기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를 띄워줘. 더한 것도 보여줄 테니. 세상이 공정하다고? 개나 줘버리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