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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아줌마 드라마? 이모 드라마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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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아줌마 드라마의 패턴

‘아줌마 드라마’ 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기업 총수 아들과 그 아들에 낙점을 받은 신데렐라?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는 며느리?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자식사랑으로 치부하면 다 되는 모성애? 그것도 아니면 억척 아줌마의 눈물겨운 홀로서기? 물론 아줌마들이 트렌디한 가족드라마에 시선을 빼앗기는 건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막연히 상정하는 ‘아줌마 드라마’라는 범주가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3,40대 아줌마들을 중심으로 시청하는 드라마의 패턴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과거 ‘아줌마 드라마’로 통칭되던 개념은 재정립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른바 ‘이모 드라마’의 출연이다.

아줌마요? 이모라 불러주세요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청춘을 다루는 드라마. 등장인물의 연령대는 20대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를 가장 많이 본 시청자 층의 연령대는 어떻게 될까. 10대나 20대가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AGB 닐슨의 타깃별 시청점유율에 따르면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 중 30대 28.2%, 40대 19.1%로, 3,40대 점유율이 거의 50%에 이른다. 반면 10대(14.8%), 20대(18.5%)는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30대 여성이 19.4%로 가장 많이 나타난 걸 보면 이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30대 중년 여성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드라마 성공의 주 동력이 이른바 이모 팬들에게 있었다는 말이다.

7월 둘째 주 국립국어원 신어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모 팬’이란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10대∼20대 청춘 스타들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중년 여성. 팬들이 보통 연예인의 이모뻘이 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 젊은 스타들에 열광하는 팬층이 10대였다면 이제는 그 저변이 중년층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팬 미팅 자리나 각종 인터넷 팬클럽에서 이모 팬들의 활약은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주지훈 같은 젊은 스타의 팬 미팅 자리에서 ‘오빠’ 대신 ‘지훈아’를 외치는 이들은, 특유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10대 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뒷심이 되고 있다. 아예 가입조건에 이준기씨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는 이준기의 팬클럽 ‘준스레이디’는 돈을 모아 이준기 모교에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마 성공, 이모들의 마음에 달렸다
중요한 것은 이들 이모 팬들이 미치는 드라마 성공에 대한 영향력이다. 준스레이디의 한 이모 팬은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성공이 그 드라마가 중년의 마음 속에 감춰진 순정만화 필을 건드렸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순정만화에서 막 나온 듯한 젊고 잘 생긴 미소년들이 등장해 예쁘게 사랑하는 모습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멋진 장면에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드라마를 볼 정도라는 이모 팬들은, 흔히 ‘아줌마 드라마 = 여성드라마’라는 공식도 깨고 있다.

AGB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전문직 장르 드라마를 표방하며 나온 범죄수사물 ‘히트’의 주 시청자층은 전체 시청자 중 3,40대 여성층이 무려 30%(30대 19%, 40대 12%)를 웃돈다. 이어 나왔던 ‘에어시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전체 중 3,40대 여성이 25%(30대 13%, 40대 12%)다. 최근 시작해서 호평을 받고 있는 ‘개와 늑대의 시간’ 은 첫 방송에서 3,40대 여성층이 29%(30대 16%, 40대 13%)를 차지했다. 흔히 오인되고 있는 멜로 드라마 위주의 시청패턴을 할 것이라 여겨지는 중년 여성층들은 이제 액션과 서스펜스를 다루는 드라마에도 열광한다는 것이다.

뜨는 이모 드라마의 조건
최근 들어 드라마 여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30대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경향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후부터 드라마에서 주목해온 30대 여성 시청층에 대한 희구는 이제 그 계보를 만들어도 될 정도가 되었다. 김삼순(김선아)에서 ‘여우야 뭐하니’의 고병희(고현정), 그리고 현재 방영되는 ‘9회말 2아웃’의 홍난희(수애)와 ‘칼잡이 오수정’의 오수정(엄정화)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연령대가 비슷하다 해서 ‘커피 프린스 1호점’, ‘개와 늑대의 시간’ 같이 소위 뜨고 있는 드라마와, ‘9회말 2아웃’, ‘칼잡이 오수정’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그것은 ‘9회말 2아웃’, ‘칼잡이 오수정’이 어느 정도의 30대 감성을 가져가긴 하지만 여전히 결혼에 목매는 과거 아줌마 드라마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들 드라마가 취하고 있는 여주인공들의 일에 대한 부분이다. 결혼에 목매는 여성을 그리기 때문에 홍난희나 오수정의 직업을 통한 자아성취 같은 부분이 상당부분 사라지면서 현대여성들의 또 다른 욕망, 즉 일에 대한 자아성취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다.

떴거나 뜨고 있는 이모 드라마의 조건 속에는 반드시 여주인공(혹은 남성이라도)이 분명한 자기 직업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저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이 그랬고, ‘여우야 뭐하니’의 고병희가 그랬으며,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미소년들과 고은찬(윤은혜)이 그랬고, ‘개와 늑대의 시간’의 이수현(이준기), 강민기(정경호), 서지우(남상미) 심지어는 마오(최재성)가 그렇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제 모든 드라마들은 멜로나 장르를 떠나 전문직으로 갈 것이 요구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모 팬들이 드라마에 요구하는 것
이모 팬들은 그저 갑자기 등장한 외계인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 일찍이 팬 문화를 만들었던 세대들이 이제 중년이 된 것뿐이다. 그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젊음에 대한 향수를 가지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젊으며 적극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표현한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있는 홍대 앞을 기웃거리고, 고생하는 스텝들과 연기자들에게 줄 도시락을 싸들고 ‘개와 늑대의 시간’의 촬영장을 찾아갈 준비를 한다.

이들은 꾸준히 자신들의 감성에 맞는 드라마를 희구해왔다. 정말 느낌이 좋은 연기자, 느낌이 좋은 드라마를 찾으면서, 한편으로는 그 대체 욕구로 외국 드라마를 기웃거렸다. 미드가 주로 남성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면, 일드는 정확히 이모 팬들의 시선을 잡았다. 바삭하게 잘 구워낸 듯한 쿠키 같은 일드를 보면서, 신파에 트렌디에 푹 젖어 습기를 먹어버린 우리네 드라마란 쿠키는 언제쯤 달라질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제 아줌마 드라마라고 다 같은 것으로 분류하지 말자. 든든한 이모들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