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차홍부터 황재근까지 '마리텔' 소통의 고수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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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홍부터 황재근까지 '마리텔' 소통의 고수들

D.H.Jung 2015. 10.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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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필요해? <마리텔> 고수들에게 물어봐

 

실로 기가 막힌 소통의 고수들이다.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출연자들 얘기다. 본래 인터넷 댓글이라는 것이 직설적이고 때로는 독설에 가까운 것이 다반사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갖는 최대 난점은 실시간으로 네티즌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에 익숙한 연예인들조차 이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맥을 못 추는 걸 시청자들은 종종 발견한 적이 있다. 일방적으로 하는 방송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하는 방송은 극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특유의 긍정화법으로 독특한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헤어 디자이너 차홍을 보라. 미용실 콘셉트의 이 방을 찾은 한 제작진을 보고 네티즌이 산적 같다고 하자 차홍은 그 말이 상남자라는 뜻의 칭찬이라며 받아친다. 그녀는 머리를 감지 못하고 왔다는 제작진에게도 안감은 머리 만지는 걸 좋아한다며 상대방을 편하게 해줬다. 그리고는 그가 느끼하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의외로 연상이 느끼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건넨다.

 

즉 그녀는 네티즌의 지적성 이야기들조차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소통법을 발휘한다. 이렇게 되니 지적은 더 이상 지적이 아니다. 차홍은 스스로를 미를 찾아내는 미의 전도사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아무리 평범하고 때로는 험악하게 보여도 거기서조차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그저 선언이 아니라 그녀의 대화를 통해 발현된다는 것. 그 독특한 소통법이 차홍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선전하는 이유다.

 

디자이너 황재근 역시 소통의 달인이다. 그가 화초를 넣을 작은 병에 보석을 채워 넣으라고 하자 넣을 보석이 없다는 네티즌의 댓글에 마음의 보석을 넣으세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웃기고 있다는 다소 강한 반응이 올라온다. 하지만 거기에도 황재근은 쿨하게 대응한다. “웃기고 있다고? 웃기고 있어. 웃기고 서 있어.” 이런 쿨한 대응과 긍정에 네티즌들은 오히려 반색한다. 그는 방송 도중 벌어지는 실수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인정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세득이 그간 함께 했던 이찬오 셰프 대신 출연한 김소봉 셰프와 한 방송 역시 정보 그 자체보다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보여줬다. 방송이 익숙지 않은 김소봉은 오세득이 끊임없아 아재개그를 던지는데도 요리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 추석에 녹화되면서 슈퍼문얘기가 나오자 오세득이 슈퍼문 다 닫았다고 아재개그를 던져도 별 반응이 없는 김소봉은 이 방에서 네티즌들이 요구하는 게 요리만이 아니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우엉을 먼저 먹어본 후 생약 성분으로 만든 우엉청심환 같은 맛이라고 멘트를 날리는 오세득과는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다.

 

김구라는 서장훈과 함께 나와 시청자들의 사연에 고민 상담을 해주면서 거침없이 할 얘기를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같은 사안에 대해 서장훈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누가 뭐라 해도 할 얘기는 하고 또 인정할 건 인정하는 김구라의 이런 시원시원한 소통법은 그의 방이 쉽지 않은 교양적인 소재를 갖고 오면서도 괜찮은 성적을 내는 이유 중 하나다.

 

다시 돌아온 AOA의 초아는 아예 시청자들과 가상 데이트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해 보여주었다. 모르모트 PD가 아바타가 되어 시청자들이 원하는 멘트와 행동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실제 초아와 데이트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딘지 어색하지만 설렘이 있는 그 만남이 가능했던 건 초긍정에 뭐든 열심히 하는 초아의 자세가 그 직접적인 소통의 시도에서부터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소통의 시대. 정보도 좋고 의도도 좋지만 그것이 어떻게 전달되고 대중들과 나눠지는가가 어쩌면 더 중요해진 시대라는 뜻일 게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지금의 대중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당연히 대중들의 소통에 대한 욕망은 각 출연자들에 대한 호응으로 나타난다. 정보 그 자체보다 소통의 진정성이 무엇인가를 가장 잘 드러내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