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차승원과 유해진, 같이 가는 좋은 친구
“배우로서도 나이를 참 잘 먹고 있는 배우야.” 영화 <관상>의 송강호가 마지막 바다 장면에서 보여준 회한과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연기에 대해 차승원이 불쑥 이야기를 꺼내자 유해진이 그렇게 말한다.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지만 차승원은 송강호가 “연기나 뭐나 다 묵직”하다고 표현한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아마도 <삼시세끼> 어촌편2를 다시 찍기 위해 들어온 만재도에 비 내리는 저녁의 처연함이 한 몫을 했을 게다. 빗속에서 전쟁처럼 한 끼를 때운 두 사람은 비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며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분위기라면 조금은 쑥스러워 꺼내놓지 않았던 속내의 이야기도 풀풀 풀려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갑자기 차승원은 송강호의 이야기에서 유해진의 이야기로 방향을 돌린다. “그런데 자기도 그래. 자기 연기도 마찬가지야. 자기도 잘 나이 먹는 거야. 아니 진짜 빈 소리가 아니라. 잘 나이 들고 있어. 나이를 잘 들어야 돼.” 어쩌면 차승원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영화 <관상>과 송강호 이야기까지 에둘러 얘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잘 나이 먹는다는 것, “잘 늙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말하며 차승원은 그 이유를 줄줄이 얘기한다. “이게 굉장히 힘든 게 뭐냐 하면 하는 일도 분명해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윤택해야 되고 사람들 하고 관계도 좋아야 되고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되어야 절충이 돼야 이게 사람들이 보기에도 멋있게 늙는구나 하는 거지. 하나만 핀트가 나가도..”
40대 중반을 넘겨 50으로 향하는 나이에 있는 중년들에게 이만큼 공감 가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40대 초반만 해도 “늙는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깊게 생각하지는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40대와 50대는 어감이 다르다. 이제 “늙는 것” 그것도 “잘 늙는 것”에 대해 얘기할 나이다. 실로 차승원과 유해진이 얘기하는 것처럼 “잘 늙는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런데 흔히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나이대의 친구들이 늘 그렇듯이 차승원은 유해진의 삶을 격려한다. “아유 자기는 이대로만 해. 이대로만 하면 돼... 뭐가 걱정이야 이대로만 하면 그냥 잘... 살았다. 욕 안 먹고... 그리고 건강. 그럼... 건강만 잘...” 물론 잘 살았다는 것이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람마다 잘 산 것에 대한 기준을 다 다를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어떤 삶이든 그런 정도의 격려를 받을 자격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연기 얘기에서 늙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건강 이야기로 끝나는 이 레파토리는 어쩌면 많은 나이 들어가는 중년들이 친구들과 만나면 나누게 되는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술을 마시고 있지만 술을 줄이라고 얘기해주고 건강 걱정을 서로 해준다.
유해진에게 차승원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그는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다는 투로 담담하게 “같이 가는 좋은 친구.”라고 말한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느낌. 그게 대단한 것처럼 여겨지진 않지만 어딘지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것. 이것이 오래 함께 가는 친구가 아닐까.
그리고 그들은 ‘잘 버텨낸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도 잘 버텼어. 잘 버틴 거야 우리는 잘 버틴 거야..” 중년의 나이쯤 되다 보면 이제 삶이란 것이 굉장한 축제가 아니라 어찌 보면 하루하루를 잘 버텨낸 어떤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중년이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잘 늙어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행복한 거라는 것. 그렇게 잘 늙어가고 있다고 말해주는 ‘같이 가는 좋은 친구’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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