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의 대항마로 떠오른 <코빅>, <웃찾사>
<개그콘서트>가 10%대 이하의 시청률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어느 정도는 예고됐던 일이다.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화제성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어 이미 여러 차례 위기론이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굵직한 간판스타 개그맨이 배출되지 않은 점도 그렇다. 세대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건 <개그콘서트>처럼 소비 속도가 빠른 예능에는 치명적인 일이 되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즉 지금껏 <개그콘서트>가 독점하듯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처럼 자리한 것이 코미디 전체에도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개그콘서트>에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긴장감을 갖고 서로 경쟁하는 체제를 갖는 것이 코미디 전체의 생명력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공개 코미디 전성시대에 <개그콘서트>와 <웃음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개그야>가 삼국지를 이룬 것처럼, <개그콘서트>가 주춤하는 사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웃찾사>와 <코미디 빅리그>는 이제 새로운 개그삼국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주말로 시간대를 옮겨 본격적으로 <개그콘서트>와 대결을 벌이고 있는 <웃찾사>는 ‘역사 속 그날’이나 ‘뿌리 없는 나무’ 같은 오래도록 자리한 코너는 물론이고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남자끼리’, ‘불편한 복남씨’, ‘내 친구는 대통령’ 같은 코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웃찾사>가 배출한 개그맨들에 집중도도 높아졌다. “재훈 재훈”으로 유행어를 만든 ‘남자끼리’의 이은형이나 ‘배우고 싶어요’에 이어 ‘이야’로 새로운 개그의 영역을 열어가는 안시우, ‘백주부TV’에서 빅마마 분장으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는 홍윤화 등이 그들이다.
<코미디 빅리그>는 케이블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잘 발휘해 조금은 강한 코미디들이 시도되면서 꽤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기서 배출된 이국주나 박나래, 장도연 같은 개그우먼들이 예능에서 맹활약하면서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조금씩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코너들도 꽤 탄탄하다. ‘여자사람친구’의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장도연의 연기나, ‘중고나라’에서 매번 새로운 인물로 깜짝 분장을 하고 나타나 큰 웃음을 주는 박나래, ‘깝스’의 황제성이나 ‘깽스맨’의 양세형 그리고 ‘작업의 정석’ 같은 코너에서는 개그맨 뺨치는 관객들이 매주 등장하는 등 그 웃음의 강도도 역시 높다.
<웃찾사>와 <코미디 빅리그>가 이처럼 최근 들어 그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건 어쩌면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개그콘서트>가 조금씩 내준 자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그콘서트>에 위기론이 자주 언급되는 건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를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개그콘서트>는 물론이고 <웃찾사>와 <코미디 빅리그>까지 새로운 개그의 전성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공개 코미디가 경쟁시스템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처럼, 이제 개그 프로그램들 역시 새로운 경쟁 체제 하에서 상생의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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