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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응팔' 이동휘, 늘 웃고 있는데 왜 짠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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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이동휘, 어른처럼 행동해도 아이 같은 외로움

 

또래집단에는 늘 동룡(이동휘)이 같은 친구가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서기 좋아하고 늘 웃음을 주는 친구. 공부는 좀 못해도 잡기에 능한 친구. 수학 정석보다는 건강 다이제스트를 챙겨보고 그래서인지 인생의 정답은 잘 몰라도 친구들이 물어보는 인생 상담의 해답은 그럴 듯하게 던질 수 있는 친구. 어디나 또래집단에는 동룡이 같은 친구가 있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응답하라1988>에서 동룡이는 쌍문동 박남정이다. 춤을 기가 막히게 따라 추는 그는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항상 밝은 얼굴로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그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인지 진짜 속내는 잘 드러내지 않는다. 마치 무대에 오르는 개그맨들처럼 타인에게 웃음을 주지만 정작 자신은 외로워진다. 항상 웃음을 주는 친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픔이나 슬픔을 드러내는 일은 스스로 어색해진다.

 

처음 <응답하라1988>에서 쌍문동 박남정이라며 동룡이란 캐릭터를 소개했을 때만 해도 이 캐릭터가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 여겨졌다. 주변인물이란 뜻이 아니라 자못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을 보여줄 인물이란 뜻이다. 마치 <비트> 같은 작품에서 반항기로 심각한 정우성 옆에 늘 까불대던 임창정이 있었던 것처럼.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동룡이란 캐릭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해진다. 친구들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혼자인 그의 모습이 못내 쓸쓸해 보이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모를 둔 까닭에 동룡은 늘 혼자 지내는 일이 많다. 회사에서 워킹우먼으로 잘 나가는 엄마는 밥을 챙겨주기는 하지만 그와 밥을 함께 먹는 시간은 거의 없다.

 

몰래 오토바이를 타다 다친 동룡은 부모가 알면 어떡하냐는 친구들의 걱정에 얼굴 대면이 별로 없는 부모와의 관계를 얘기하며 그것이 마치 다행인 듯 말한다. 또 아침 먹었냐는 덕선(혜리)의 물음에 아침 일찍 회사 단합대회에 부모가 갔다며 혼자 아침을 먹은 걸 마치 자유를 구가한 것인 양 너스레를 떤다.

 

동룡은 어디서 주워들은 것인지 어른들의 심리를 얘기하며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줄 정도로 성숙한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늘 무덤덤하고 대꾸가 없는 정환(류준열) 때문에 기운이 없어 보이는 김성균의 마음을 간파한 이도 동룡이다. 그래서 꽤나 어른스러운 인물처럼 친구들은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동룡은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다.

 

오토바이 사고를 내고 경찰서에서 부모를 기다리는 동룡은 그래서 걱정과 함께 동시에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가졌을 지도 모른다. 다그칠 줄 알았던 엄마가 다치지 않았으면 됐다며 보듬어주자 동룡은 금세 아이가 되어버린다. 엄마가 챙겨준 미역국을 먹으며 또 나가야하는 엄마에게 혼자 밥 먹기 싫은데라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서는 그간 숨겨졌던 동룡의 아이 같은 내면이 묻어난다.

 

동룡은 <응답하라1988>에서 유일하게 멜로가 없는 친구다. 덕선을 사이에 두고 택이(박보검)와 정환이 마음을 졸이고 있고, 선우(고경표)는 덕선의 언니인 보라(류혜영)와 비밀연애를 하고 있다. 심지어 정환의 형인 정봉(안재홍)도 덕선의 절친인 미옥(이민지)과 비엔나 커피 거품이 묻은 입술에 키스를 해주는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을 연출하며 달달해진 상황이다.

 

이렇게 모두가 사랑 중인 쌍문동 골목에서 그는 늘 혼자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늘 나서서 웃음을 준다. 이것은 아마도 동룡이란 캐릭터가 웃고 있어도 짠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그 나서서 웃는 모습이 어떨 때는 그 외로움을 숨기기 위한 몸부림처럼 여겨지니 말이다. 그래도 꼭 또래집단을 들여다보면 이런 친구들이 있다. 본인은 외로웠을지 몰라도 항상 우리를 웃게 만들어주었던 그런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