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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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누명쓴 유승호? 개연성 어디 갔나

D.H.Jung 2016. 1. 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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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납득 안 되는 전개 무엇이 문제일까

 

변호사가 저리도 허술하게 도망자 신세가 될 수 있을까.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에서 갑작스레 살인사건의 누명을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된 서진우(유승호)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고개가 갸웃해졌다. 살인죄로 사형수가 된 아버지의 무고를 풀어줄 결정적 증인을 찾아간 서진우가 살해당한 그녀를 발견한 후 갑자기 들이닥친 형사들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이 잘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리멤버-아들의 전쟁(사진출처:SBS)'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애초에 서진우가 그 곳에 가게 된 건 살해당한 증인으로부터 증언을 해 주겠다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함정이지만 현장에서 형사에게 붙잡힌다고 해도 그 문자 메시지만으로 충분히 자신이 그녀를 살해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변호사가 아닌가. 현장에서 도망친다는 건 그 자체로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변호사인 그가 모른다는 게 이해가 되는가.

 

누명을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되자마자 서진우가 그 여자를 죽이고 도주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제아무리 클리쉐라고 해도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무작정 방송에서 그런 뉴스를 내보낸다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드라마라고 해도 지켜져야 할 개연성은 있는 법이다. 그 상식적인 룰이 깨져버리면 이야기에 대한 몰입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리멤버>는 한 마디로 빠른 전개를 보이고 있다. 보통 빠른 전개라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지지부진한 이야기 전개보다는 계속 치고 나가는 빠른 전개가 시청자들에게는 긴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리멤버>가 보여주는 빠른 전개는 정반대의 의미다. 개연성 없이 흘러가는 빠른 전개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리멤버>의 시작은 실로 기대감을 자아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채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구해내기 위해 변호사가 된 절대 기억의 아들. 게다가 그를 도울 인물로 나타났지만 현실 앞에서 굴복하게 된 조폭 변호사. 이 캐릭터들은 향후 이 드라마가 추구해나갈 정의의 문제에 대한 충분한 밑그림을 그려놓았다.

 

그런데 그토록 매력적이던 조폭 변호사 박동호(박성웅)는 서진우를 배신하게 되면서 너무 평이한 캐릭터로 주저앉고 있고, 서진우의 옆에서 그와 함께 할 이인아(박민영)도 그다지 극에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고립되어 버린 서진우는 홀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상황에 처해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 상황이 그리 납득할만한 것들은 아니다. 결국 이 드라마의 유일하게 남은 힘은 악역인 남규만(남궁민)에서 나온다고밖에 말할 수 없게 됐다.

 

이것은 대본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대본을 제대로 영상에 담아내지 못하는 연출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리멤버>는 좀 더 완성도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연성 문제를 지목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와는 별개로 시청률이 점점 오르고 있다는 얘기는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그 관심만큼 그럴 법한 이야기 전개는 필수적이지 않을까.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 전에 <리멤버>는 그 중심을 잡는 재정비가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