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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또 오해영', 에릭과 서현진이 이렇게 달리 보일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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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서현진의 인생작 된 <또 오해영>

 

서현진이 이렇게 예뻤던가. 에릭이 이렇게 멋있었나. 아마도 tvN <또 오해영>을 보면서 시청자들의 느낌은 비슷할 게다. 드라마가 좋으면 배우들은 더더욱 반짝반짝 빛난다. <또 오해영>이란 작품 속에서 그냥 오해영을 연기하는 서현진이 그렇고, 깐깐하게 소리를 듣고 모으는 박도경을 연기하는 에릭이 그렇다.

 

'또 오해영(사진출처:tvN)'

<또 오해영>은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웃음이 충만한 드라마지만, 또한 금수저 흙수저를 달리 해석한 듯한 1급수와 3급수의 사랑 이야기로 한편으로는 짠하고 한편으로는 통쾌함을 안겨주는 그런 드라마다. 1급수에서 그들끼리 만나고 사랑해온 예쁜 오해영(전혜빈)’3급수에서 살아온 그냥 오해영은 박도경이라는 인물을 사이에 두고 급수를 뛰어넘는 사랑을 시도한다.

 

1급수와 3급수의 비교는 그냥 오해영이 항상 괴로워했던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의 예쁜 오해영이 늘 주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사랑받는 모습을 보이고, 반대로 그냥 오해영은 항상 비교되면서 무시되는 모습을 보일수록 시청자들의 마음은 드라마와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박도경이 그런 느낌을 갖는 것처럼 한없이 그냥 오해영이 짠하게 다가오고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

 

사실 어떤 면으로 보면 전혜빈이 연기하는 예쁜 오해영은 여성 시청자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일 수 있다. 늘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며 예쁜 척하는 듯한 그 모습이 그렇다. 반면 그냥 오해영은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다. 털털하고 솔직하며 한편으로는 동정이 가기도 하는 그런 캐릭터. 그러니 드라마 속에서 그냥 오해영예쁜 오해영이 처한 상황은 그걸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거꾸로 느껴지게 된다. ‘그냥 오해영이 더 예쁜 존재로 다가오는 것. 이것은 <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가 만들어낸 마법 같은 장치다.

 

물론 예쁜 오해영역시 나쁜 의도를 가진 존재는 아니다. 그녀가 도경을 결혼식 날 바람 맞춘 데는 그만한 남모를 사연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사연이 드러나는 순간 도경은 두 오해영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도경의 캐릭터다. 그는 과연 그냥 오해영이 말하듯 1급수에 살아가면서 그들끼리 사랑하는 그런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는 건 도경이 가진 직업에서 드러난다. 도경은 소리를 찾고 모으는 일에 그 누구보다 깊게 빠져 있다. 그는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빛에도 소리가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와 지나가는 찻소리 등이 겹쳐지면 그 빛의 소리가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 하다못해 분노한 여자가 찬 깡통 소리도 경쾌한 소리와 화난 소리로 구분해내는 인물이 도경이다.

 

굳이 이 드라마가 도경에게 이런 직업을 부여한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도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소리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귀 기울이는 캐릭터를 그려내려 한 게 아닐까. ‘그냥 오해영이 말하듯 도경은 현실적으로는 1급수에서 살아가는 사람일 수 있지만 그는 저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그런 인물이다. 스스로를 3급수라 표현하는 그냥 오해영이 점점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그래서일 게다.

 

하지만 그냥 오해영이 말하는 1급수와 3급수의 세상은 어찌 보면 그녀가 가진 오해이자 편견일 수 있다. 그녀 스스로도 나는 나고 너는 너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러니 <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이야기는 급수를 뛰어넘는 사랑이 아니라 애초에 사랑에는 급수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어찌 보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장르에 이토록 촘촘히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그것을 또한 두 오해영 캐릭터와 도경이라는 인물로 그려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나 균형 있게 그려지고 있어 캐릭터들이 그토록 빛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서현진과 에릭, 그리고 나아가 전혜빈까지 이 작품이 인생작이 될 거라는 기시감은 아마도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