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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또 오해영'에서 '그녀는 예뻤다' 같은 대박의 기시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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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를 떠올리는 <또 오해영>의 흐름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은 여러모로 <그녀는 예뻤다>를 떠올리게 한다. 먼저 그 시청률 흐름이 그렇다. <그녀는 예뻤다>가 첫 회에 4.8%(닐슨코리아)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해 2회에 7.2%, 5회에 10.7% 이렇게 놀라운 상승곡선을 그려낸 것처럼, <또 오해영> 역시 첫 회에 2.0%로 시작했지만 4회 만에 두 배가 넘는 4.253%를 기록했다.

 

'또 오해영(사진출처:tvN)'

이런 흐름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로맨틱 코미디는 다른 장르에 비해서 초반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폭발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차츰 캐릭터가 잡히고 관계가 설정되어가면서 힘을 받기 시작하면 입소문을 타고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모여든다. 시청률은 그래서 초반이 조금 지나간 상황에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녀는 예뻤다>가 그랬던 것처럼 <또 오해영>은 오해영(서현진)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4회 만에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 처음에는 이 한없이 망가지는 캐릭터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차츰 그녀가 처한 현실을 동정하게 된다. 그리고 오해영과의 악연 때문에 처음에는 멀리 하려 했지만 차츰 그 매력을 느끼는 도경(에릭)처럼 시청자들도 차츰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의 멜로가 이만큼의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가 무려 18%의 최고 시청률을 냈던 이유로 그 현실 공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처럼, <또 오해영> 역시 직장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현실이 그려진다.

 

똑같은 이름이지만 예쁜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오해영(전혜빈)과 늘 비교당하며 수난을 겪어온 그냥오해영은 마치 금수저 흙수저의 현실을 담아낸 캐릭터들처럼 보인다. 결혼식 전날 그냥오해영이 파혼을 통보받게 된 것은 사실 그녀의 피앙세인 한태진(이재윤)이 투자가 끊겨 사업에 망하게 되면서 그녀를 스스로 놔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태진이 그런 일을 겪게 된 건 도경이 결혼식 날 나타나지 않은 예쁜오해영이 사귀는 남자가 한태진이라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런 악연 속에서 그냥오해영은 일종의 자기 비하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명랑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그 내면은 사실 죽고 싶을 정도다. 태생적인 미모와 집안으로 늘 사람들의 호의를 받는 예쁜오해영과 그냥오해영은 그렇게 비교된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에서 주근깨투성이 혜진(황정음)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녀의 친구 민하리(고준희)보다 사실은 더 예쁜존재라는 걸 드러내듯이, <또 오해영>에서도 그냥오해영이 예쁜오해영과 비교해 얼마나 귀엽고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인가를 조금씩 보여준다.

 

같은 이름 때문에 막연히 비교 대상이 되고 있지만 사실은 그냥오해영은 그녀 나름의 매력이 따로 있었다는 것.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나 직위, 집안이 아니라 그녀 자체가 가진 매력을 찾아내는 것을 로맨틱 코미디의 멜로와 엮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오해영><그녀는 예뻤다>의 구도를 닮아 있다.

 

물론 그렇다고 <또 오해영><그녀는 예뻤다>와 판박이라는 건 아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면면이 다르고, 무엇보다 오해영이라는 캐릭터는 서현진이라는 배우를 통해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상대인 도경 역할의 에릭 역시 음향감독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려 서현진과 잘 맞는 케미를 보여준다. 여기에 도경의 기시감 같은 설정은 드라마에 어떤 미스테리한 느낌을 부가해주기도 한다.

 

<또 오해영>은 제목이 말해주듯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오해는 단순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넘어서 한 사람에 대한 오해, 나아가 스펙사회에서 잘 보여지지 않는 그 사람의 진가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또 오해영>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해라는 걸 이 드라마는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