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 고두심과 김혜자가 보여준 엄마의 진면목
완이(고현정)는 잠든 엄마 난희(고두심)의 얼굴을 찬찬히 내려다본다. 그 얼굴은 많이 늙었고 어찌 보면 낯선 느낌이었을 것이다. 눈 떴을 때의 그 짱짱함이나 꼬장꼬장함은 어디 갔는지 사라지고 마치 아기처럼 잠 들어 있는 엄마의 문득 낯설게 다가오는 그 얼굴. 완이는 괜스레 엄마의 얼굴에 바람을 살짝 불어본다. 바람결에 뒤척이는 엄마를 보며 마치 살아있는 걸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왔지만 우리가 오래도록 보지 않았던 엄마의 얼굴이 주는 알 수 없는 짠한 느낌. 난희의 얼굴을 바라보는 완이의 마음이 그랬지 않았을까.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출처:tvN)'
치매를 앓게 된 희자(김혜자)의 민낯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나이 들어도 늘 소녀 같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방금 있었던 일도 기억을 못해내고 화장실을 혼자 가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하지만 아픈 기억은 어째서 그리도 생생하게 잊히지 않을까. 젊은 시절 잃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밤마다 성당을 잠옷 바람으로 찾아가 회개하는 그녀다. 희자의 잠든 얼굴을 아들 민호(이광수)는 아프게 내려다본다. 그 얼굴 또한 낯설음만큼의 아픔 같은 것이 아들을 통해 전해진다.
이 시선은 tvN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가 갖고 있는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보여준다. 지금껏 통상적으로 어떤 이미지로만 막연하게 그려져 온 어르신들의 얼굴. 하지만 이 드라마는 민호와 완이 같은 시선으로 그네들의 또 다른 얼굴들을 들여다본다. 겉으로 퉁퉁대고 때로는 꼰대처럼 굴었던 어르신들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왔던 아픔이나 고통 같은 것들이 거기서는 읽혀진다.
자식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는 얼굴이지만, 친구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아내인 정아(나문희)를 “살 섞고 산 세월이 얼만데”라며 아는 척하는 꼰대 어르신 석균(신구)은 이제와 아내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그 진짜 얼굴을 잘 모른다. 그런 석균에게 충남(윤여정)은 “우린 살 대신 마음 섞고 살았어.”라며 대꾸한다.
젊었던 시절 아이가 아파 결국 죽게 됐을 때, 유일한 친구였던 정아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희자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그 원망의 마음을 토로하지만 그 후 희자는 미안한 마음에 정아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한다. 그런 희자에게 정아는 자신 역시 당시 유산된 아기 때문이었다는 걸 밝히면서도 미안하다고 말한다. 희자는 “세상이 우리한테 미안해야 해”라며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쓰다듬어 준다.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 오히려 화가 잔뜩 난 희자에게 난희는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오히려 그녀를 위로한다. 그러면서 “병자끼리 있으니까 위로가 된다”고 너스레를 떤다. 마음을 섞고 산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을 오래도록 봐왔고 그래서 그들의 어떤 모습도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그런 난희도 자신의 엄마 오쌍분(김영옥)이 낯설다. 수술을 받기 전 내려간 시골에서 엄마가 챙겨주는 맛난 밥을 먹고는 한 방에서 삼대 모녀가 잠든 밤. 난희는 돌아누운 쌍분을 굳이 다시 되돌려 그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런 난희의 등 뒤에서 완이는 그녀를 꼭 껴안는다. 엄마의 얼굴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낯설다. 오래도록 함께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자세히 본 적이 없는 그런 얼굴. 그것이 못내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한다.
완이는 이 엄마의 낯선 얼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아마 그 말은 부모된 사람의 입장에서 한 말일 게다. 우리 자식들의 잘못은 단 하나 당신들을 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영원히 아니 오래 우리 곁에 있어줄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이라고.
세상의 엄마들은 그렇게 나이 들었다. 희자처럼 지금도 여전히 세상의 엄마들은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아가 받아들이듯 그건 “혼자 할 수 있었던 것”이지 지금은 아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 날이 온다. 잠든 엄마의 얼굴이 몹시도 낯설게 다가오는 그 시간.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 낯선 엄마들의 얼굴을 오래도록 비춰주었다. 우리들이 그 얼굴을 보며 눈물이 났던 건 아마도 우리 역시 저마다의 엄마들에 대한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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