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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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조정석, 김하늘, 서인국, 자기 색깔을 발견한 그들

D.H.Jung 2016. 11. 1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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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공항>, <쇼핑왕>이 재발견한 배우들

 

드라마 캐릭터와 연기자의 관계는 한 마디로 말해 인연이다. 좋은 캐릭터는 연기자로부터 그가 가진 매력을 드러나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에 종영하는 수목극의 조정석, 서인국, 김하늘은 각각의 작품에서 캐릭터와의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다. 그들의 연기자로서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발견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SBS <질투의 화신>에서 조정석 없는 이화신을 떠올릴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게다. 자존심 강하고 자신의 일에 있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지만,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이 같은 인물. 그래서 자신의 유방암 사실을 커밍아웃하며 소수자들도 잘 살 수 있는 나라였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성인의 사고를 갖고 있지만, 사랑 앞에서는 질투하고 삐치고 괜스레 화를 내는 아이 같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인물.

 

조정석은 이 이화신이란 인물을 연기하면서 바로 그 아이의 얼굴을 대중들 앞에 선보였다. 투덜대지만 어딘지 귀여운 그 캐릭터는 그래서 본인이 느끼기에는 엄청난 슬픔과 고통을 표현하면서도 보는 이들을 빵빵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 짠내 나는 슬픈 정조를 갖고 이만큼 웃길 수 있는 배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코미디 연기라고 하지만 조정석은 이걸 타고난 것 같다.

 

조정석이 페이소스가 깔린 코미디에 확고한 자기만의 영역을 보여줬다면, 김하늘은 KBS <공항 가는 길>을 통해 섬세한 멜로 연기가 자신의 영역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물론 <온에어>, <신사의 품격> 같은 작품들을 통해 그녀는 다양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 바 있지만 <공항 가는 길>은 그것보다 훨씬 더 섬세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었다. 그것은 이 작품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거리두기때문이다.

 

기혼남녀가 인연에 의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담는 <공항 가는 길>이 불륜이라는 소재의 늪에 빠지지 않고 심지어 힐링 드라마로 갈 수 있었던 건 인물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내는 방식 덕분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이 있던 어떤 공간에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 이걸 가능하게 한 건 김하늘이 보여준 섬세한 감정 연기 때문이다.

 

한편 MBC <쇼핑왕 루이>의 애초 별 기대감이 없던 드라마의 반전을 만들어낸 주역은 역시 서인국이다. 서인국은 이 드라마를 통해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영혼의 루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입체적으로 연기해냈다. 조금은 바보 같고 의심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고 타인을 믿어버리는 그런 캐릭터지만 바로 그런 순수함을 보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이 인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왕의 얼굴>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고, <너를 기억해><38사기동대>에서 스마트하고 세련된 면면을 드러낸 바 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발견된 순수한 얼굴은 아마도 서인국이 가진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조금은 멍해 보이지만 우직하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는 어떤 보호본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그런 매력이다.

 

<질투의 화신>, <공항 가는 길> 그리고 <쇼핑왕 루이>. 이 세 작품이 저마다의 색깔을 내며 시청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작품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이 작품들을 통해 조정석, 김하늘 그리고 서인국이라는 배우들의 숨겨졌던 잠재적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계기는 향후 이들 배우들의 작품 행보에 오랜 잔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